앨범 정보

Our Inventions
Lali P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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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2명
  • 발매일 : 2010.04.09
  • 발매사 : (주)지니뮤직
  • 기획사 : 파스텔뮤직
섬세한 일렉트로닉 소스와 양질의 멜로디가 교차하는 감동의 포스트 일렉트로닉 팝
독일 일렉트로-팝 씬의 대표주자 '랄리 푸나'가 6년 만에 주조해낸 '그들만의 발명품'


독일 출신의 랄리 푸나(Lali Puna)는 포스트 일렉트로니카/팝 밴드로 분류되고 있다. 각종 수입 음반들과 라이센스 타이틀로 인해 국내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편으로, 주로 국내 뮤지션들이 자주 이들의 음악을 언급하곤 해왔다. 감각적인 실험 이외에도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노스탈지아를 품은 멜로디를 통해 일렉트로닉 팝 씬의 가장 중요한 밴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6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은 나이브하고 섬세하며, 투명하게 아름다운 나무랄데 없는 레코드로 완성됐다. 너무 달지 않고, 상냥하면서도 안타까운 멜로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이전작에 비해 기타 디스토션은 많이 생략됐는데 이는 오히려 초창기의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로 돌아온 듯한 늬앙스를 풍긴다. 부드러운 전자음의 질감과 비브라폰, 퍼커션 등의 실제 연주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발레리의 가성 또한 한층 팝적인 재미를 늘려주고 있다. 곡들은 여전히 영어가사로 구성되어있는데, 그녀는 인터뷰에서 독일어의 경우 영어보다 운율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영어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앨범 발매 이전부터 수록곡 ‘Out There’가 화제가 됐다. 무려 일본이 자랑하는 신스팝의 원조 YMO의 드러머/보컬인 타카하시 유키히로(Yukihiro Takahashi : 高橋幸宏)와의 듀엣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카하시 유키히로는 이전부터 랄리 푸나의 팬임을 자처했고, 그 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 꼽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2009년도 앨범 ‘Page By Page’에 수록된 ‘Out There’, 그리고 ‘Meteor Rain -Leonids on the morning of November 17th-’와 같은 곡에 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공연에 발레리를 게스트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타카하시 유키히로의 앨범에 이미 수록된 바 있는 ‘Out There’의 랄리 푸나 버전을 이번 앨범에 다시금 수록하게 됐다. 점점 고도 문명화 되어가는 이 테크놀로지의 홍수 속에서 ‘발전’이라는 강박관념의 포로가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테마로 잡은 듯 보인다. 이는 몇몇 가사들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사람냄새 나는 멜로디와 전자음의 조화/균형이 바로 이들이 말한 자신들만의 '발명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곡에 꾸준히 등장하는 마치 메트로놈과도 같은 네 박자 비트는 사람의 심장박동을 연상시킨다.

미니멀하고 차분한 인트로 트랙 ‘Rest Your Head’에서는 '진정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그들의 추락을 보라'는 가사를 담고 있으며, 7인치로 싱글커트된 ‘Remember’에서는 우리에게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샘플링과 스타카토되는 직설적인 신스베이스, 그리고 그녀가 즐겨쓰는 멜로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전 작들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트레몰로 도입부를 담은 ‘Everything is Always’ 또한 리스너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Our Inventions’에서는 나무 위의 새들이 핸드폰의 멜로디를 노래하는 류의 광경을 멈추게 한다면 우리는 더욱 밝은 날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스가 강조된 ‘Move on’과 꿈꾸는 듯한 부유감을 가진’Safe Tomorrow’는 '내일'에 대한 불안에 관한 테마를 담고 있기도 하다. 미묘하게 삐뚤어진 이펙팅이 긴장감을 주는 연주곡 ‘Future Tense’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마커스 아처의 다른 여느 작품들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보컬 이펙팅과 하모니가 인상적인 슬로템포를 바탕으로 레트로한 음색의 신시사이저가 아름다운 ‘Hostile to Me’, 리버스된 음원들 사이로 따뜻한 기타가 반복되는 차분한 ‘That Day’, 그리고 타카하시 유키히로 보다는 랄리 푸나의 성격이 더욱 짙은 듀엣곡 ‘Out There’를 끝으로 차분하게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푹신푹신하며 느슨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때에 따라 가끔은 상냥하고, 가끔은 노이즈에 용해된듯한 음향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것은 섬세한 반면 러프하기도 한데, 이런 모순되는 감각들을 병치시켜 놓으면서 마치 줄타기 하듯 자신들만의 색깔로 완성해냈다. 권태롭고 순수한 듯 이상한 매력을 발하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멜로디와 가사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세심한 일렉트로닉 소스들과 일전에 언급했듯 전체적인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컨셉에서의 치밀함을 비교적 자주 엿볼 수 있었다. 6년 동안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를 결코 배반하지 않았다. 이것은 2010년의 뉴-웨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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