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2000년도에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High Fidelity'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영화 High Fidelity는 Nick Hornb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985년 작)', '리틀 빅 히어로 (1992년 작)' 등으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Stephen Frears가 메가폰을 잡은 청춘물. 국내에선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제목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마니아 취향의 레코드 샵을 운영하는 30대 독신 남 Rob Gordon (John Cusack 분)을 중심으로 사랑, 실연, 우정을 다채로운 팝 넘버들과 함께 담아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별 통보를 해온 오랜 여자 친구 Laura (Iben Hjejle 분)를 계기로 그간 자신을 버린 4명의 전 여친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표면적인 스토리라면, 이 영화가 정말 추구하고자 한 지점은 바로 음악과 음악을 통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각 캐릭터가 지닌 개성을 짚어주는 곳이 바로 주인공의 음반 가게인 '챔피언십 비닐'이기 때문이다.

음반 목록이 곧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모토아래, 대중성보다는 확실한 취향과 기호를 갖춘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공간. 이곳에서 극 중 Barry (Jack Black 분)와 Dick (Todd Louiso 분)이 Belle & Sebastian의 포크 송 "Seymour Stein"을 두고 언쟁을 벌이거나, Stevie Wonder의 노래 중 영화 'Woman in red (1984년 작)'의 주제곡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를 딸에게 선물하려던 중년 신사를 가차없이 내쫓는 장면은 X-세대, 신 인류라 불리던 당시 젊은 층의 가치관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본 OST 앨범은 이러한 영화 속 음악광들이 사랑한 뮤지션들의 오리지널과 커버 곡들로 채워 고른 완성도를 지닌다.

앨범엔 Bob Dylan, Stevie Wonder, The Velvet Underground를 비롯해, 70년대를 풍미한 개러지 펑크 밴드 The 13th Floor Elevators와 60년대 British Invasion을 주도한 록 밴드 The Kinks까지.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이러한 팝 음악사의 레전드 명곡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을 잡아두는 곡은 다름 아닌 Jack Black이 열창한 "Let`s Get It On". 영화의 엔딩 신에 흐르던 이 곡은 Marvin Gaye의 원곡을 특유의 에너지로 재해석해 그의 만만치 않은 음악적 역량을 확인시켜 주었다.

'불행해서 음악을 듣는가? 음악을 들어서 불행해지는가?'. 하나 확실한 것은 우린 이 영화와 사운드 트랙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레코드 판에서 테입으로, 그리고 CD로 넘어가던 시대를 지나온 모든 음악 팬들을 위한 따스한 유머와 위로가 흐르는 [High Fidelity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무뎌진 감성에 날을 세워줄 플레이리스트를 지금부터 확인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