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밤안개
- 곽푸른하늘
- 앨범 평점 4.5/ 42명
- 발매일 : 2014.04.10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Pajusi
'곽푸른하늘' [밤안개]
회기동 단편선의 EP앨범 [처녀]를 발매하고 얼마 안 지나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음반 발매 당일 날 이었을거다. [처녀]를 구매한 사람들은 그 기괴한 단편선의 사진들을 보며 계속 불편 미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그(혹은 그녀)의 사진을 찍었고 그의 음반도 함께 기획한 나는 나 자신의 뻔뻔함에 흡족해하면서도 살짝 남아있는 약간의 죄책감에 단편선의 처녀를 구매한 분들에게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레코드폐허의 기획자이자 노 컨트롤의 황경하가 부스에서 [처녀]를 팔고 있는 나에게 와서 물었다. -"처녀"가 나왔으니 "총각" 이 나오는 것이 맞는 순서 아니예요?- 세상에. 이 한 마디로 인해 내 여름 휴가계획을 모두 반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잠시 뒤 총각이 내 앞에 걸어와 인사를 했다. 아니 사실 총각은 아니었고 곽푸른하늘이라는 여자 가수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비싼트로피 레코드는 기본적으로 불편하고 듣기 힘든 음반들을 주로 취급하는 레이블인데, 이 총각은 전혀 불편한 음악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보기에 불편한 인상 또한 아니었다. 홍대 아이유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던) 이른바 귀염상의 가수가 비싼트로피 레코드랑 같이 할 수 있을거란 상상은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도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고 레이블에서 여성 가수의 음반을 발매한 적도 없었다. PJ Harvey가 아무리 내 이상형에 근접하더라도 음악은 Nick Cave나 Tom Waits를 꺼내듣는 게 나였다. 그렇다. 비싼트로피 레코드는 이른바 금녀의 레이블이었다. 그러나 회기동 단편선의 [처녀]가 나온 덕택에 그 벽은 우스꽝스럽게 무너져버렸다. 우스꽝스럽게 무너졌으니 조금 더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 나는 '곽푸른하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아 예쁘시네요. 이번에 남장을 해서 뭔가 저랑 같이 재미난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단편선도 여장을 하는 세상인데" 그녀는 대번에 좋다는 대답과 함께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KTX같이 모든 일정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가수는 훌륭한 팬이 하나 있는데 이 훌륭한 팬은 본업이 또 훌륭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래픽디자이너들을 잘 모르는 나는 이 가수 그리고 이 훌륭한 팬과 같이 뭔가를 만들기로 하였다. 바로 사진집이었다. 내가 본업이 사진이니 딱히 어려울 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회기동 단편선의 사진촬영으로 인한 심리적 내상을 여성 뮤지션을 촬영하여 치료해보자는 욕망도 함께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작업을 하는 동안 정말로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곽푸른하늘의 [밤안개] 사진집 그리고 싱글은 7월에 전반적인 계획을 마쳤고 8월에 모든 촬영 및 사진에 필요한 작업을 마쳤으며 9월에 싱글앨범에 수록될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그리고 디자인 및 인쇄를 마쳤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곽푸른하늘의 훌륭한 팬이자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강인(가평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어 "김가든"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의 작업실에 갔다. 알고보니 김강인은 이미 훌륭한 팬심으로 곽푸른하늘의 1집 가사집인 "있는 듯 없는 듯"을 자비로 제작하여 이미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부분인 곽푸른하늘의 매력포인트를 잡아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곽푸른하늘, 박정근 그리고 김강인 이 셋은 누군가가 그냥 농담삼아 던진 "남장여자"라는 주제를 붙들고 몇 시간동안 사실상 첫 만남이자 컨셉회의를 나눴고 서로 좋아하는 영화, 일러스트, 디자인, 사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안가 서로 공통점을 쉽게 찾아낸 우리는 사진집 컨셉을 이른바 느와르 컨셉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고 사진의 톤과 사진집의 판형, 종이재질, 소품 등의 디테일한 요소까지 순식간에 정해버렸다. 그냥 귀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알고 있었던 곽푸른하늘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비롯한 피 튀기는 이미지같은 것도 잘 보는 사람이었고 상남자 이미지도 좋아했다. 디자이너인 김강인 역시 이미 씬에서 많은 작업을 해왔던지라 사진가가 놓치기 쉬운 인쇄 및 출판 시 종이재질과 판형, 제본 등에 대해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해주는 사람이었기에 이상할 정도로 회의가 잘 되었다. 몇 번의 미팅 끝에 촬영 스케줄과 장소, 의상, 소품들을 정했고 무더위가 정점을 찍은 8월에 바로 촬영을 시작하였다.
촬영장소는 서울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한강 뚝섬유원지, 김강인의 민박집이 있는 가평, 그리고 스튜디오촬영으로 정했고 느와르 분위기를 낼 때 필요한 모형 총기류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기조씨를 비롯한 여러 지인들을 통해 직접 빌렸다. 표지에 있는 네온사인은 CG로 만든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김강인의 지인을 통해 제작된 실제 네온전광판이었다. 생각보다 굉장한 정성이 들어간 작업이 되어버렸고 일을 계속 하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어느정도였냐면 약간의 공포와 긴장까지 있을 정도로. 촬영의 약 70%는 필름이고 나머지 스튜디오컷과 네온사인은 디지털로 작업하였다. 카메라 고장으로 인해 촬영 데이터 소실이 한 차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판에 문제 없을 수준의 사진을 뽑아내었다. 처음에 24페이지로 하려던 사진집의 분량은 두 배로 늘어나 48페이지가 되었고 사실 조금 더 예산이 투입되었다. 사진집만 발매하려던 처음 계획 역시 추가로 신곡이 포함된 음반을 넣기로 하여 훨씬 양질의 기획이 되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특이하게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IDM 팀 DAMIRAT(다미라트)가 맡았다. 곽푸른하늘의 음악을 조금 더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업 내내 어떻게 나의 곽푸른하늘에게 저런 걸 입힐 수가 있냐는 팬들의 원성이 컸다. 짧은 머리 가발도 씌우고 심지어 수염까지 붙였으니 그녀를 홍대 국민여동생으로 여겼던 팬들에겐 약간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셋은 그것에 상관 없이 작업했다. 앞에서 휴가를 반납했다고 썼지만 우리들은 사실 굉장히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끝났을 만한 걸 가지고 상당히 팬들이 좋아할 만한 괜찮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선물이 아닐까. 작디작은 인디씬에서 48페이지짜리 올컬러 사진집이 나올 줄은 작업을 같이 한 모두도 예상하지 못했다. 곽푸른하늘은 모델로써도 음악가로써도 전혀 무리없게 스케줄을 소화해냈으며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여성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던 나에게 색다른 충격을 줬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고 싶은 그래픽디자이너인 김강인까지 알게 되었으니 레이블로써도 커다란 이득인 작업이었다.
나는 이런 농담이 아이디어가 되고 기획이 되어 출판이 되는 이 말도 안되는 일들에 어떤 희망을 느낀다. 이것은 누군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 먼저 한다고 나서서 되는 일도 아니다. "처녀 나왔으니 총각 나오는건 어떠냐"는 농담을 건넨 황경하, 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 어도비 인디자인을 만지작거린 디자이너 김강인, 그리고 가수 인생에 흑역사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작업에 흔쾌히 가발을 쓰고 수염을 붙인 곽푸른하늘,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말도 안되는 성실함으로 도와주신 김강인의 어시스던트 김대순, 그리고 이 사진집과 음반을 접하는 모두에게 농담같지만 농담이 아닌 발매작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작디 작은 씬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돈도 중요하겠지만 씬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었고 실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여름휴가였다. 곽푸른하늘이 톰 웨이츠를 좋아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어 기쁘다. 원래 이 일을 하게 될 인연이었던 모양이다.
회기동 단편선의 EP앨범 [처녀]를 발매하고 얼마 안 지나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음반 발매 당일 날 이었을거다. [처녀]를 구매한 사람들은 그 기괴한 단편선의 사진들을 보며 계속 불편 미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그(혹은 그녀)의 사진을 찍었고 그의 음반도 함께 기획한 나는 나 자신의 뻔뻔함에 흡족해하면서도 살짝 남아있는 약간의 죄책감에 단편선의 처녀를 구매한 분들에게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레코드폐허의 기획자이자 노 컨트롤의 황경하가 부스에서 [처녀]를 팔고 있는 나에게 와서 물었다. -"처녀"가 나왔으니 "총각" 이 나오는 것이 맞는 순서 아니예요?- 세상에. 이 한 마디로 인해 내 여름 휴가계획을 모두 반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잠시 뒤 총각이 내 앞에 걸어와 인사를 했다. 아니 사실 총각은 아니었고 곽푸른하늘이라는 여자 가수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비싼트로피 레코드는 기본적으로 불편하고 듣기 힘든 음반들을 주로 취급하는 레이블인데, 이 총각은 전혀 불편한 음악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보기에 불편한 인상 또한 아니었다. 홍대 아이유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던) 이른바 귀염상의 가수가 비싼트로피 레코드랑 같이 할 수 있을거란 상상은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도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고 레이블에서 여성 가수의 음반을 발매한 적도 없었다. PJ Harvey가 아무리 내 이상형에 근접하더라도 음악은 Nick Cave나 Tom Waits를 꺼내듣는 게 나였다. 그렇다. 비싼트로피 레코드는 이른바 금녀의 레이블이었다. 그러나 회기동 단편선의 [처녀]가 나온 덕택에 그 벽은 우스꽝스럽게 무너져버렸다. 우스꽝스럽게 무너졌으니 조금 더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 나는 '곽푸른하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아 예쁘시네요. 이번에 남장을 해서 뭔가 저랑 같이 재미난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단편선도 여장을 하는 세상인데" 그녀는 대번에 좋다는 대답과 함께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KTX같이 모든 일정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가수는 훌륭한 팬이 하나 있는데 이 훌륭한 팬은 본업이 또 훌륭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래픽디자이너들을 잘 모르는 나는 이 가수 그리고 이 훌륭한 팬과 같이 뭔가를 만들기로 하였다. 바로 사진집이었다. 내가 본업이 사진이니 딱히 어려울 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회기동 단편선의 사진촬영으로 인한 심리적 내상을 여성 뮤지션을 촬영하여 치료해보자는 욕망도 함께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작업을 하는 동안 정말로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곽푸른하늘의 [밤안개] 사진집 그리고 싱글은 7월에 전반적인 계획을 마쳤고 8월에 모든 촬영 및 사진에 필요한 작업을 마쳤으며 9월에 싱글앨범에 수록될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그리고 디자인 및 인쇄를 마쳤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곽푸른하늘의 훌륭한 팬이자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강인(가평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어 "김가든"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의 작업실에 갔다. 알고보니 김강인은 이미 훌륭한 팬심으로 곽푸른하늘의 1집 가사집인 "있는 듯 없는 듯"을 자비로 제작하여 이미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부분인 곽푸른하늘의 매력포인트를 잡아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곽푸른하늘, 박정근 그리고 김강인 이 셋은 누군가가 그냥 농담삼아 던진 "남장여자"라는 주제를 붙들고 몇 시간동안 사실상 첫 만남이자 컨셉회의를 나눴고 서로 좋아하는 영화, 일러스트, 디자인, 사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안가 서로 공통점을 쉽게 찾아낸 우리는 사진집 컨셉을 이른바 느와르 컨셉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고 사진의 톤과 사진집의 판형, 종이재질, 소품 등의 디테일한 요소까지 순식간에 정해버렸다. 그냥 귀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알고 있었던 곽푸른하늘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비롯한 피 튀기는 이미지같은 것도 잘 보는 사람이었고 상남자 이미지도 좋아했다. 디자이너인 김강인 역시 이미 씬에서 많은 작업을 해왔던지라 사진가가 놓치기 쉬운 인쇄 및 출판 시 종이재질과 판형, 제본 등에 대해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해주는 사람이었기에 이상할 정도로 회의가 잘 되었다. 몇 번의 미팅 끝에 촬영 스케줄과 장소, 의상, 소품들을 정했고 무더위가 정점을 찍은 8월에 바로 촬영을 시작하였다.
촬영장소는 서울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한강 뚝섬유원지, 김강인의 민박집이 있는 가평, 그리고 스튜디오촬영으로 정했고 느와르 분위기를 낼 때 필요한 모형 총기류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기조씨를 비롯한 여러 지인들을 통해 직접 빌렸다. 표지에 있는 네온사인은 CG로 만든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김강인의 지인을 통해 제작된 실제 네온전광판이었다. 생각보다 굉장한 정성이 들어간 작업이 되어버렸고 일을 계속 하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어느정도였냐면 약간의 공포와 긴장까지 있을 정도로. 촬영의 약 70%는 필름이고 나머지 스튜디오컷과 네온사인은 디지털로 작업하였다. 카메라 고장으로 인해 촬영 데이터 소실이 한 차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판에 문제 없을 수준의 사진을 뽑아내었다. 처음에 24페이지로 하려던 사진집의 분량은 두 배로 늘어나 48페이지가 되었고 사실 조금 더 예산이 투입되었다. 사진집만 발매하려던 처음 계획 역시 추가로 신곡이 포함된 음반을 넣기로 하여 훨씬 양질의 기획이 되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특이하게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IDM 팀 DAMIRAT(다미라트)가 맡았다. 곽푸른하늘의 음악을 조금 더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업 내내 어떻게 나의 곽푸른하늘에게 저런 걸 입힐 수가 있냐는 팬들의 원성이 컸다. 짧은 머리 가발도 씌우고 심지어 수염까지 붙였으니 그녀를 홍대 국민여동생으로 여겼던 팬들에겐 약간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셋은 그것에 상관 없이 작업했다. 앞에서 휴가를 반납했다고 썼지만 우리들은 사실 굉장히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끝났을 만한 걸 가지고 상당히 팬들이 좋아할 만한 괜찮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선물이 아닐까. 작디작은 인디씬에서 48페이지짜리 올컬러 사진집이 나올 줄은 작업을 같이 한 모두도 예상하지 못했다. 곽푸른하늘은 모델로써도 음악가로써도 전혀 무리없게 스케줄을 소화해냈으며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여성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던 나에게 색다른 충격을 줬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고 싶은 그래픽디자이너인 김강인까지 알게 되었으니 레이블로써도 커다란 이득인 작업이었다.
나는 이런 농담이 아이디어가 되고 기획이 되어 출판이 되는 이 말도 안되는 일들에 어떤 희망을 느낀다. 이것은 누군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 먼저 한다고 나서서 되는 일도 아니다. "처녀 나왔으니 총각 나오는건 어떠냐"는 농담을 건넨 황경하, 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 어도비 인디자인을 만지작거린 디자이너 김강인, 그리고 가수 인생에 흑역사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작업에 흔쾌히 가발을 쓰고 수염을 붙인 곽푸른하늘,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말도 안되는 성실함으로 도와주신 김강인의 어시스던트 김대순, 그리고 이 사진집과 음반을 접하는 모두에게 농담같지만 농담이 아닌 발매작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작디 작은 씬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돈도 중요하겠지만 씬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었고 실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여름휴가였다. 곽푸른하늘이 톰 웨이츠를 좋아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어 기쁘다. 원래 이 일을 하게 될 인연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