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헤븐
- 김사월
- 앨범 평점 4.5/ 554명
- 발매일 : 2020.09.14
- 발매사 : YG PLUS
- 기획사 : 김사월
포크 듀오 김사월×김해원의 [비밀]로 데뷔한 이후 솔로 앨범 [수잔](2015)과 [로맨스](2018)를 발표하고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다섯번의 수상을 한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2020년 9월 세 번째 정규 앨범 [헤븐]을 발표했다. [헤븐]은 불확실한 삶 속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슬픔을 쏟아내고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과정을 담았다.
“살아가고자 마음먹기만 한다면 어디든지 천국이다
왜냐하면 살아 있으니까
행복해질 기회는 어디든지 있다” (‘에반게리온’ 중 에서)
작가노트
불확실한 세상앞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흠뻑 울고나면 어쩐지 기운이 나는 것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내성적인 자들의 괴이한 천국: 김사월 [헤븐]
모든 이야기꾼이 반드시 음악을 하진 않지만, 좋은 음악가는 틀림없이 좋은 이야기꾼이다. 생각해 보면 김사월은 등장부터 남다른 이야기꾼이었다. 김해원과 함께했던 [비밀](2014)을 발표하고 그의 이름 앞에 붙었던 관능적인, 비밀스러운 같은 수식어는 어쩌면 그가 우리에게 불쑥 들이민 날카로운 이야기들의 예리한 날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신승리였는지도 모른다.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말하겠다며 서서히 목을 감아 오는 차가운 살갗이 전하는 섬뜩한 냉기를, 안아달라는 애원에 팔을 뻗었다가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어둠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버릴 것 같은 따뜻한 공포를, 김사월은 늘 기타를 맨 채 무표정한 얼굴로 불렀다.
그때 느낀 서늘함을 기억하는 이라면 김사월의 세 번째 정규작 [헤븐]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헤븐]은 그가 지금까지 혼자 이름으로 발표했던 세 장의 앨범 가운데 가장 냉소적인 색채의 작품이다. 천국을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 천국이란 건 없다고 외치고 싶었다는 그는 앨범에 담은 열 곡을 통해 우리가 천국이라 생각했던, 천국이라 믿고 싶었던, 천국이라 착각했던 것들을 모조리 욱여넣었다가는 전부 도로 끄집어내 길바닥 위에 보란 듯 펼쳐 놓는다. 어린 시간에 대한 은은한 낭만이 묻어 있던 [수잔](2015)이나 사랑에 대한 고독하면서도 씩씩한 마주보기였던 [로맨스](2018)에 비해 [헤븐]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그래서 훨씬 선연하고 괴이쩍다.
김사월 스스로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썼지만 동시에 음악을 통해 자신과 사람들과 세상을 용서하고 싶었다.’ 말한 것처럼, [헤븐]의 노래들은 상황과 마음에 따라 몇 번씩 자세를 고쳐 잡으며 바로 지금 하지 않으면 용서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로 털어놓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솔직한 감정의 토로, 김사월이 누구보다 잘하는 그것이다. 일상의 순간에 어리는 감정의 결정(結晶)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그의 장기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는 잠깐의 기쁨만이 남은 일상에 그냥 일회용품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거나(‘일회용품’) 기회만 되면 영혼을 헐값에 팔아 치운다며 위악적인 목소리를 내다가도(‘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더운 여름날 옥탑에 수박을 가져온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던 노란 오후나(‘나방’) 내가 사랑하니까 모두 널 사랑할 거라는 대책 없는 긍정(‘내가 사랑할 그 사람은’)을 거리낌 없이 툭툭 털어 놓는다.
대단한 증오도 대단한 희열도 없이 그저 맺혀 있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주워나가다 문득 깨닫게 되는 건 이 능숙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들이 그 언제보다도 음악과 멋지게 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노랫말과 멜로디가 잘 어울린다는 말이 아니다. 평소 써두었던 곡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6월까지 반년에 가까운 편곡작업을 거쳐 완성된 노래들은 김사월 특유의 비릿함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노랫말을 담아내는 그릇인 동시에 노랫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가 된다. 댄스 클럽에서 스쳐 지나는 허무한 열정이 만드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그려낸 ‘스테이지’의 기타 솔로는 그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장치다. 끈적한 코러스와 연주가 눅진하게 늘어 붙는 ‘나방’의 경우는 좀 더 복합적이다.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는 숨 막히게 더운 한여름 옥탑방의 오후 공기 그 자체지만 도입부에 삽입된 교신이 끊긴 우주선 소리와 불길한 기운의 피아노 연주는 이 노래가 단지 섹슈얼한 순간을 묘사한 것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원한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친절한 참고자료다. 이태훈의 느긋하고 우아한 클래식 기타연주가 꿈꾸듯 울려 퍼지는 ‘확률’의 보컬 연출은 또 어떤가. 영원의 저 편으로 썰물처럼 밀려갔다가 그 몇 배의 강도로 다시 밀려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었어’라는 건, 정말 해도 너무한 연출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이내 코끼리를 생각해버리는 사람의 무의식을 분석한 문장이었다. 김사월의 ‘헤븐’도 어쩌면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어졌다. 천국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고 갈 리도 없지만, 막연히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어린애 같은 바람. 모르고 살고 싶지만 자꾸만 그리게 되는 환상의 공간. [헤븐]의 마지막 곡 ‘헤븐’은 그런 내성적이고 조금 비관적이지만 남들만큼 행복은 하고 싶은 이들에게 김사월이 선사하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천국이다. 나 아닌 세상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그래서 모든 것이 폭발하고 증발해 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목적 없는 저주의 밤이 지나고 창문 밖이 아침 햇살로 물든다. 그런 아침을 맞이하는 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 우리는 또 슬플 일도 좋을 일도 없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천국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분명 그럴 것이다. 물론 그 천국이 행복과 희망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s]
프로듀싱 김사월
Produced by Kim Sawol
작사, 작곡, 편곡 김사월
All Songs by Kim Sawol
Arranged by Kim Sawol
녹음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김사월
Recorded at studioLOG by Min Sangyong, at sawol studio by Kim Sawol
믹싱 민상용 (스튜디오 로그), 김사월
Mixed by Min Sangyong (studioLOG), Kim Sawol
마스터링 강승희 (소닉코리아)
Mastered by Seunghee Kang (Sonic Korea)
디자인 김성구
Designed by Sung Kim
사진 뇌 (N’Ouir)
Photography by N’Ouir
스타일링 김민지, 김민아, 윤민지
Styling by kim minji, kim mina, yoon minji
뮤직비디오
<확률>
연출 김혜원 (VISUALSFROM.)
Official music video by Kim Hyewon (VISUALSFROM.)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연출 김혜원 (VISUALSFROM.)
Official music video by Kim Hyewon (VISUALSFROM.)
어시스턴트 김민주
MV Assistant Minju Kim
홍보 마케팅 당신의 여름
Promotion & Management by Your Summer
음원유통 YG Plus
Digital Published by YG Plus
음반유통 먼데이브런치, 뮤직앤뉴
Distributed by Mondaybrunch, MUSIC&NEW
Musicians
김사월 Kim Sawol
Vocal / Chorus / Acoustic Guitar / Electric Guitar / Piano / Programming
박희진 Effy
Piano (Track 2,8)
이시문 Simun
Electric Guitar (Track 1,2,4,8)
이태훈 Lee Taehun
Classic Guitar (Track 3,7)
전솔기 Jeon Solki
Bass (Track 1,4,5,6,8,10)
정수영 Jeong Sooyoung
Drum (Track 1,4,5,6,8,10)
Copyright © 2020 Kim Sawol.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Duplication and lending are Prohibited. Printed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