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교회가 있는 풍경
- 이권형
- 앨범 평점 4/ 11명
- 발매일 : 2018.11.27
- 발매사 : 주식회사 사운드리퍼블리카
- 기획사 : 이권형
'이권형' [교회가 있는 풍경]
▶ 그리움을 다루는 방법, 싱어송라이터 이권형 정규 1집 [교회가 있는 풍경]
▶ 그리움을 다루는 방법, 싱어송라이터 이권형 정규 1집 [교회가 있는 풍경]
지난 여름,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를 발표한 바 있는 이권형의 정규 음반 [교회가 있는 풍경]이 발매 된다. [교회가 있는 풍경]은 사진가 오석근이 작업한 앨범아트, TAPE이라는 매체의 통일성, 중복 및 변주 된 트랙 등을 매개로 그의 전작 [인천의 포크]에 이어 오묘하게 짝패를 이루며 그 세계를 확장한다.
TAPE은 300장 한정으로 제작되었으며, A면과 B면 5곡씩 총 10곡의 트랙이 수록됐다.
▶ [교회가 있는 풍경] 음반 해설
이권형은 주로 포크기타 한 대를 들고 재개발 또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강제로 쫓겨난 이들을 찾아가 노래하던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참여한 작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도 강제철거 현장에서 노래하던 음악가들이 힘을 모아 만든 옴니버스 앨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 옴니버스 앨범은 2017년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이권형은 이내 쏟아내듯 작업을 발표하기 시작, 2017년 말부터 1년 새에 세 곡의 싱글을 내고 두 장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했다. 특히 2018년 여름 발표한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에선 그 자신이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기획자의 역할도 수행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채널도 스스로 구축해내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 1년이 마무리 될 즈음 발매된 [교회가 있는 풍경]은 이권형의 첫 번째 독집 앨범이다.
이권형의 전사를 훑었을 때 [교회가 있는 풍경]에 포크 음악이 담겨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교회가 있는 풍경]에 수록된 곡 대부분의 중심에는 포크기타가 존재하며, 이권형이 쓰는 노랫말의 주제와 어법은 포크 음악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그 뿐'이라 말하기엔 [교회가 있는 풍경]은 보다 다차원적이며, 겹겹의 레이어가 쌓여있는 것처럼 들린다. 포크 스타일의 외양에 이끌려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소리의 대부분이 합성(synthesize)되거나 왜곡(distort), 변조(modulate)된 것들이며, 이를 단순한 환기를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곡의 서사(narative)를 전개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권형은 주로 그리움 혹은 그리운 무언가에 대해 노래한다. 이때의 그리움이란 자신과 대상 간의 간격; 벌어짐으로부터 발생한다. 벌어짐의 전제는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위 아래, 그리고 가까움과 멈 등의 차이이다. 그런데 [교회가 있는 풍경]에서 이 차이들은 계속해서 왜곡되거나 변조된다. 예를 들어 앨범의 오프닝인 '날 보러 와요'에서 업템포의 기타 아르페지오로 아름답게 전개되던 사운드는 돌연 맥락 없이 느려지면서 변조된 합창과 접붙는다. 이어지는 타이틀 '교회가 있는 풍경'은 인위적으로 만든 모조 성가(chant)다. 이 곡에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후반부는, 신에 대한 순수한 감정의 표현인 성가라는 외양과는 모순적으로, 가상의 샘플로 구현된 현악과 성가대로 가득 차있다. 이어지는 곡들에서도 이러한 작법은 계속 된다.
이는 이권형의 음악을 역설적이고 불분명, 불투명한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메시지의 진위를 의심하게 한다. 의심은 다양한 가정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 그리워하는 것일까. 그리움의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긴 할까. 자신의 이야기일까, 타인의 이야기일까, 둘 다 아니라면 그냥 지어낸 이야기일까. 그래서 그 둘은 만났을까, 만나지 못 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권형만 알고 있거나, 그 역시 모를 것이다. 원래부터 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끝임없이 헤매고 있는 모습 그 자체를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인 탓이다. 그래서 [교회가 있는 풍경]은 그리움에 대해 노래하는 앨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리움을, 기억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앨범이기도 하다.
열 곡이 빼곡하게 들어찬 앨범이다. 이 중 몇 곡은 이미 발매된 바 있고, 그 중에선 버젼을 달리해 실리게 된 곡도 있다. 그러나 발매된 적이 있건 없건 각 곡은 [교회가 있는 풍경]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부여받아 존재한다. 때문에 [교회가 있는 풍경]은 드물게 '앨범'으로서의 쾌감이 존재하는 음반이다. 이 앨범에는 하나의 세계 혹은 세계의 측면이 담겨 있다. 세계를 담아내는 것은 아직도 '앨범'이라는 형식을 고집하고 있는 어떤 강직하거나 어리석은 자들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이권형은 그 강직하거나 어리석은 무리 가장 끝자락에 줄을 섰다.
- 단편선(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