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K-POP 트랙 7

매니아의 음악 서재

2019년의 K-POP 트랙 7

2019.12.13
Special

2019년의 K-POP 트랙 7

연말 결산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K-POP 신에서는 올해도 좋은 노래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언급할 만한 트랙들을 고르고 골라보았습니다. 웹진 웨이브에서 선정한 올해의 K-POP 트랙들을 확인해보세요!


#ITZY

'달라달라'

곡 자체의 퀄리티나 변곡점에 있어 인상이 약한 것이 아닌가? 정말 이 곡이 ITZY (있지)의 외침대로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가? 처음 '달라달라'를 들었을 때 가졌던 생각이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울렁거림을 들려주는 별들의전쟁 *의 그라임(Grime) 프로덕션에는 "조금만 더 막 나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고, 이러한 "정신없는" 걸 팝의 전통은 저 멀리 Spice Girls부터 가까이는 Red Velvet (레드벨벳), 위키미키 (Weki Meki) 등이 이미 수없이 들려준 바 있는 종류의 것이다.

하지만 "데뷔곡"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몇 년간 '달라달라'보다 더 가열찬 에너지를 보여준 첫 번째 곡은 기억나지 않는다. 데뷔 단계에서부터 이미 "완벽함"을 가정하는 것이 일상이 된 K-POP 업계에서 ITZY는 좌충우돌과 혼란함, 서사라기보단 느낌에 가까운 노랫말을 외치면서 자신이 올라서 있는 정교한 레일 위에서 덜컹거린다. 어쩌면 이 역시 "노림수"의 영역에 어쩔 수 없이 포섭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지가 "My Life 내 맘대로 살 거야 말리지 마"라고 소리 지르는 순간, 나는 거기서 탈주와 일탈이 가져오는 짜릿함을 일순간이나마 느낀다. 그건 새롭게 등장한 아티스트가 전달할 수 있는 최상의 미덕 중 하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

이번 결산을 위해서 타이틀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를 고르긴 했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 EP [꿈의 장: STAR]에선 사실 어떤 곡을 선정해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남다른 청량함으로 통통거리는 'Blue Orangeade'든, 자신들의 합에 딱 맞는 클라우드 랩(Cloud rap)을 멋지게 풀어내는 'Cat & Dog'든, [꿈의 장: STAR]에는 도무지 빠지는 곡이 없다.

그럼에도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어떤 그룹인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하다. 부담 없이 넘실거리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곡 속에서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신시사이저와 멤버들의 목소리,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는 젊음을 뿔-왕관이라는 판타지의 문법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감수성은 우리들의 머릿속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긴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장치이자 뒤이어 발표된 [꿈의 장: MAGIC]에서도 계속되는 정체성이다. 견고한 동시에 명확한, 결코 잡기 쉽지 않은 두 가치를 모두 성취하는 트랙.


#청하

'벌써 12시'

'벌써 12시'의 기저에 깔려 있는 문법은 정말이지 익숙하기 그지없는 1990-2000년대 댄스 가요의 그것이다. 청승과 뽕끼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는 중심 멜로디, "음악에 맞춰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라는 올드한 가사까지. 멀게는 코요태와 솔리드부터 가까이는 신사동 호랭이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요소들은, 그러나 조밀하게 배치된 비트와 2019년의 그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운드들의 질감으로 인해 "촌스러움"의 수렁에서 한 걸음 빠져나온 "익숙하지만 세련된" 느낌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열 걸음 앞으로 전진시켜 곡 전체를 "특별한" 뱅어(banger)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청하의 몫이다. 아쉬움과 두근거림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마디마디마다 교차시키면서 보컬로 표현해내는 그의 역량은 이미 그의 목소리가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남을 자랑한다. 그 세밀한 감정 선의 변주를 통해, '벌써 12시'는 한국 특유의 댄스 가요가 동시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AOA

'Sorry'

지난 10월 '이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아이돌'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을 때, AOA를 넣을지 말지에 대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했다. Mnet "컴백전쟁: 퀸덤"의 2회에서 마마무의 '너나 해 (Egotistic)'를 커버하면서 보여준 무대는 AOA라는 그룹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파괴에 가까울 정도로 전환시키는 사건이었으니까. 아직 "이 모습"으로 발표된 레코딩이 없었다는 점이 결국에 AOA를 칼럼에서 제외하게 만들었지만, 그들의 화려한 컴백을 기다렸던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발매된 EP [New Moon]과 "퀸덤"의 마지막 무대로 택한 'Sorry'는 AOA의 변화가, 그리고 우리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때로 어떤 노래는 지금까지 아티스트가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억제되어 왔는지를 폭발의 형태로 드러낸다. 미니멀하지만 날이 선 긴장감으로 걸어가는 벌스와 "웃기지 마 / 뻔하게 또"라는 외침을 망치 같은 신스와 함께 터뜨리는 극단의 조화는, AOA가 "꽃"이 아닌 "나무"의 길을 걸어갈 거라고 표명하는 선언이다. 이 나무가 어디까지 더 높아질 수 있을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도록 하자.


#(여자)아이들

'LION'

그들은 왕관을 스스로 쓴다. 생각해보면 (여자)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전소연의 프로덕션 하에 곡과 콘셉트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그렇고, 'LATATA' (뭄바톤), '한(一)' (동유럽 리듬), 'Senorita' (라틴 팝), 'Uh-Oh' (붐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그것을 자신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트랙으로 깎아 나간다는 점도 그렇다. 독자성은 (여자)아이들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고, 그들은 팝의 자장 내에서 그것을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매력으로 살려낼 수 있을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행보를 걸어왔다.

그렇기에 'LION'은 어떤 점에서는 이러한 길을 걸어온 그룹이 도달하게 되는 당연한 귀결처럼 느껴지는 트랙이다. 물론 그 "당연함"은 고도의 집중력이 아낌없이 투입된 사운드와 퍼포먼스가 있기에 비로소 가능해지는 요소다. 야심만만하지만 그 야심에 휩쓸리지 않고, 화려함과 절도가 면도날로 가른 것처럼 명확히 구분되는 동시에 조화를 이룬다. 올해 K-POP에 "제왕"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그룹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많은 부연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경배를 바쳐라.


#TWICE

'Feel Special'

'Feel Special'의 뮤직비디오에서 TWICE (트와이스)의 멤버들은 마침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TWICE가 언제나 타이틀곡에서 사랑과 연애의 대상을 바라봤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커다란 변화다. 'Feel Special'은 "특별한 나로 변하는" 것이 꼭 사랑에 의해서만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혹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 순간 우리는, 안정적이지만 어딘가 틀에 매여 있었던 것 같았던 TWICE라는 그룹이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깨닫게 된다.

그러한 메시지가 이제까지의 TWICE가 들려줬던 귀여운 팝의 사운드, 혹은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전형적인 발라드의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그 어떤 과거 트랙보다 빠르고 정신없는 일렉트로 팝의 구조 속에서, TWICE는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낸 것처럼 놀라운 집중력으로 "날 부르는 네 목소리"를 노래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힘을 얻은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만약 그렇지 않은 이라면, 한 번 더 이 노래를 집중해서 들어 보았으면 한다.


#이달의 소녀

'Butterfly'

미래적인 우아함을 뽐내는 사운드, 그 어떤 속박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날아가겠다는 메시지, 아름다운 선의 궤적을 극대화한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Butterfly'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찬사가 쏟아진 바 있다. 그렇지만 정말 좋은 곡들은 때로 그러한 찬사마저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빛을 계속해서 뿜어낸다. 발표된 지 10개월 여가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듯한 고음으로 "Fly like a butterfly"라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에 짜릿함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시간의 풍화에 구애받지 않는 트랙이 지니는 특권일 것이다.

그리하여 'Butterfly'를 들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달의 소녀라는 그룹이 지금까지 그려 온 궤적이다. 걸그룹에 대한 페티쉬적 욕망으로 인한 부침(그것은 주로 뮤직비디오나 가사를 통해 드러났다)을 겪었을지언정, 이들은 멤버별 싱글을 발표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운드적 측면에서 퇴보라 불릴 법한 행보를 걸었던 적이 없다. 나는 'Butterfly'가 그러한 "전진"에 대한 갈망이 탄생시킨 결과라고 믿는다. 그 결과는 팝이라는 극도로 보수적인 공간이 일순간 자신의 경계를 넓혀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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