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의 보컬을 바탕으로 느긋하게 노래하는 Khalid는 현재 R&B 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뮤지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곳에서 영향받은 독특한 멜로디 구성과 목소리, 그리고 친숙한 송라이팅을 통해 Khalid는 전천후 아티스트로써 활약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Martin Garrix와 Fifth Harmony의 Normani, 그리고 Kendrick Lamar와 Calvin Harris 등이 이 무서운 신인에게 러브콜을 보내 성공적인 협업을 완수해내기도 했다.
미군에 복무하는 어머니 아래 성장한 Khalid는 다양한 곳에서 거주해왔다. 뉴욕, 켄터키는 물론 심지어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도 6년을 살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텍사스 엘 파소에 정착했고 학교에서는 노래와 뮤지컬 극을 공부했다. 그리고 2015년 무렵부터 "Khalid"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앨범을 내기 이전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8개의 오리지널 곡과 함께 Frank Ocean의 'Lost'를 업로드했다.
2016년 고등학생 시절 발표한 데뷔 싱글 'Location'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갑자기 스타가 됐다. 이 밀레니얼 세대의 감각이 살아있는 러브송은 빌보드 싱글 차트 16위, 그리고 R&B 차트 8위에 랭크됐는데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는 신인의 데뷔 싱글 치고는 놀라운 성과라 할만하다.
이후 2017년도에 발매된 데뷔 앨범 [American Teen] 또한 2백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히트를 기록했다. 제목과는 달리 여기에는 젊음이 상징하는 기세라던가 충동 같은 것이 전무했고, 심지어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중독적인 훅의 'Young Dumb & Broke' 같은 곡에서는 젊고 아둔하고 망한 고등학생 소년을 게으르게 노래하고 있었다.
독특한 젊음의 분위기를 담은 [American Teen]을 통해 Khalid는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포함 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다. 그래미에서는 자신의 앨범과 싱글은 물론 Logic과 함께한 빌보드 3위 히트 싱글 '1-800-273-8255' 또한 후보에 올리면서 신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후보에 오른 인물이 됐다.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노미네이트 됐고 결국 신인상을 수상한다.
성공적인 데뷔 작 [American Teen] 이후 다양한 협업을 이어나갔고, 2018년 10월에는 [Suncity] EP를 발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나가는 두 번째 정규 작 [Free Spirit]이 지금 우리 앞에 도달했다. [Suncity] EP에서 미리 들어볼 수 있던 곡들 또한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이 두 장을 연작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심플한 편성의 데뷔작보다는 확실히 다양해졌다는 인식을 주는 두 번째 정규 작 [Free Spirit]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Emil Nava가 감독한 동명의 단편 영화 또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앰비언스 사이로 Khalid의 최면을 거는 듯한 가창이 드라마틱 하게 전개된다. 이번 앨범의 스케일을 짐작 가능케 하는 인트로 트랙이다.
'My Bad'를 연상시키는 굴절되는 기타 사이로 1집 특유의 심플함과 섬세한 화음이 절충되어 있는 곡이다. Usher의 90년대 시절 곡을 좀 더 현대적으로 완성한 듯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심플한 기타 사운드가 Khalid의 부드러운 미성을 더욱 돋보이게끔 하는 'My Bad'는 서서히 엇갈리는 연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래하고 있다. 마치 90년대 중반의 R&B를 듣는 듯한 분위기를 지닌 곡은 D'Mile이 프로듀스했으며, 비디오 경우 Khalid의 최근 일상들을 유유히 추적하며 여유롭게 전개된다.
Khalid에게 있어서는 두 번째로 빌보드 R&B 차트 정상을 차지한 싱글 'Better'는 [Suncity] EP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었던 트랙이다. Ne-Yo, Beyonce, Rihanna 등의 히트곡들을 다뤄온 프로덕션 팀 Stargate가 완성한 트랙으로 곡의 비디오에는 Khalid 사이로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도시의 밤을 운치 있게 수놓는다.
무려 Disclosure와 함께한 미드템포 R&B 트랙으로 과거 Disclosure가 Sam Smith와 함께했던 'Latch'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R&B 튠이 완성됐다. Khalid 특유의 느슨함을 강조한 감각적인 슬로우잼 트랙 'Talk'는 [Free Spirit]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이 됐다.
Stargate가 제공한 또 다른 트랙으로 확실히 'Better'와 이어지는 무드가 감지된다. Joe가 피처링한 Big Pun의 'Still Not a Player'의 일부를 차용하고 있는 트랙으로 차분한 애수가 내내 이어진다.
Kanye West와 Post Malone, 그리고 Khalid의 [Suncity]에서 대부분의 트랙들을 작업했던 Charlie Handsome이 프로듀스 한 트랙이다. 곡이 지닌 여백, 그리고 몇몇 내쉬빌 특유의 멜로디가 데뷔 작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Kendrick Lamar의 앨범 [DAMN.]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 DJ Dahi, 그리고 Portugal. The Man의 히트곡 'Feel It Still'을 프로듀스 한 John Hill이 공동으로 투입된 곡으로 리버브를 잔뜩 먹인 Khalid 버전의 레게 튠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The Weeknd의 분위기 같은 것이 감지되는 트랙으로 느린 곡들을 주로 불러온 Khalid의 곡들 중 비교적 빠른 BPM을 지니고 있다. 80년대 스타일의 리듬 패턴과 어레인지가 엿보이는 트랙으로 다른 수록 곡들에 비해 가장 새롭게 다가오는 편이다.
Khalid가 참여했던 Calvin Harris의 최신작 [Funk Wav Bounces Vol.1], 혹은 Drake의 'Hold On, We`re Going Home' 같은 훵크 트랙들이 연상되는 이 곡에는 무려 John Mayer를 피처링 시켜내고 있다. 텐션감 넘치는 리듬 기타 컷팅, 그리고 몽롱한 솔로 연주를 John Mayer가 제공해내고 있는데, John Mayer는 자신의 색깔을 내세우기보다는 Khalid의 곡에 맞춰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타이틀 트랙. 전작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어떤 역동성 같은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느낌이 내내 유지된다.
19살에 데뷔 앨범을 낸 이후 2년이 지난 현재의 나이를 제목으로 채택한 곡이다. 전작 [Suncity]에서 두드러졌던 찰리 핸섬과 Digi의 프로듀스 콤비로 구성된 트랙으로 컨트리에서 영향받은듯한 멜로디와 창법, 그리고 어레인지가 엘 파소 출신인 그의 정체성을 다시금 상기시켜낸다. 참고로 찰리 핸섬과 Digi의 조합은 Khalid와 Normani의 합작 'Love Lies'는 물론 Mac Miller, Chance the Rapper 등의 앨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감미로운 이 슬로우잼 트랙은 마치 Khalid가 D`Angelo의 'Untitled (How Does It Feel)'을 재해석한 것처럼 다가오는 구석이 있다. 여백을 두면서도 섬세한 레이어를 통해 곡에 정교한 그루브를 더한다.
데뷔 작의 히트 싱글 'Location'과 정면으로 통하는 트랙이지만 스케일은 더욱 커진 편이다. Kanye West와 Jay-Z의 'Ni**as In Paris', Kendrick Lamar의 'Backseat Freestyle', 그리고 Beyonce의 'XO' 등 쟁쟁한 히트 싱글들을 만들어 온 Hit-Boy가 비트를 제공했다.
리버브감으로 가득한 기타 발라드로 컨트리적인 창법이 조금 빠진다면 Frank Ocean의 분위기와도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온화한 분위기의 팝 발라드는 존 힐이 단독 프로듀서로써 작업했다.
감정적인 소울 발라드 트랙 'Heaven'은 Bjork, Troye Sivan 등의 곡을 프로듀스하고 Atticus Ross와 몇몇 사운드트랙 작업을 해온 재능 있는 영국 출신 뮤지션 The Haxan Cloak과 함께 해냈다. 폭발하는 부분 같은 것은 없지만 마치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 같은 풍부한 어레인지와 감정이 감지된다.
[Suncity]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트랙으로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심플하면서도 담백한 노래가 이어진다. 마치 Suede의 명곡 'Saturday Night'처럼 이 역시 처연하고 무기력한 토요일 밤을 스케치해내고 있다. 이후 Kane Brown이 피처링한 리믹스 버전이 공개되면서 빌보드 싱글 차트 5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