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초이스: 2016년 상반기 결산 PART 1 - 국내 추천 싱글, 앨범 [웹진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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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초이스: 2016년 상반기 결산 PART 1 - 국내 추천 싱글, 앨범 [웹진 이즘]

2016.07.05

위클리 초이스에서는 어느덧 1월부터 100개의 작품을 선택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반기에 좋은 평가를 남겼던 수작들을 골라 정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국내 음악에서 가치를 빛냈던 앨범과 싱글들을 소개합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합니다.

여자친구 3rd Mini Album 'SNOWFLAKE'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데는, 아름다우면서 거칠게 질주하는 곡과 이를 소화하기 위해 넘어져도 계속 달리는 소녀들의 씩씩함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안한 현실에서도 절대 잃지 않는 희망적인 노랫말, 타이트하고 록킹한 곡은 듣는 이를 벅차오르게 할 만큼 절정의 순간으로 이끈다.

이러한 감정은 누군가에게는 애달팠던 첫 사랑의 기억을, 다른 이에게는 스피디한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며 빠져들게 했다. 팀이 가진 열의 또한 저릿한 인상을 남기며 그룹의 존재를 '유리구슬'보다 강인하게 만들었다.

I Just Wanna Dance - The 1st Mini Album

목소리를 내고 가창력을 뽐내기보단 자신의 색을 덧칠하기 위한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아이돌의 솔로 데뷔 곡이라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티파니 스타일"로 머릿속에 정립된다.

찰랑거리는 건반과 저변에 깔린 펑키(funky)한 기타는 라운지에 적합한 세련된 리프를 감싸고, 보컬은 그 위에 얹힌 또 하나의 악기와도 같다.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나타난 티파니. 아이돌의 편견을 깨고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선방이 아닐까 싶다.

시간

사실상 스트리밍 일변도인 우리나라 대중음악 "싱글" 시장의 주 향유층은 20~30대다. 자의든 타의든 아이유와의 '너의 의미', 김필과의 '청춘' 등 세대와 끊임없는 소통은 "산울림"은 몰라도 "김창완"은 아는 새로운 소비층을 잉태해냈다.

김창완의 첫 디지털 싱글로 자리하는 이 곡은 바로 그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송가도 아니며 고함도 아니다. 사운드를 다 들어내고 남은 단출한 반도네온 연주, 그 쓸쓸함 위에서 62세 김창완이 써내려간 한 편의 시를 찬찬히 음미해보자. 그 먹먹함에 가슴을 칠 수도 있겠고 짧았던 인생길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이니.

Ego Expand (100%)

작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Frameworks]를 통해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도 그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나간다.

두 번째 정규앨범인 [EGO EXPAND (100%)]의 타이틀곡으로, 자아에 대한 고뇌를 파란색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와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복고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뭉툭한 서사무엘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다. 보컬의 개성이 형성하는 신선한 기조는 여타 알앤비 곡들에 비해 반보 앞서있다.

10억 광년의 신호

이승환은 언제나 세상을 똑바로 응시했다. 지난해에 발표한 '가만히 있으라'의 편곡을 맡았던 Mad Soul Child와의 협업이 또 한 번 온도 높은 현실과 함께 그리움의 정서를 그려냈다.

언어의 섬세한 운용,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를 동원해 장엄한 풍경을 자아내는 편곡. 이승환에게 이 정도의 스케일은 익숙하지만, 결코 답보는 아니다. 우주의 이미지를 빌려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음향은 이번에도 유효타를 냈다. 그의 내일은 여전히 "현존하는 아이콘"일 것이다.

Zissou

전작 [EAT]이 "우리 청춘 생태 보고서"였다면 [ZISSOU]는 "우리 청춘 인생 지침서"이다. "헬조선"이나 "이생망"같은 농들이 높은 설득력을 가지게 된 현시대의 여기에서 청춘들이 갖춰야 할 가장 이상적인 태도를 제안한다.

화자의 비관적인 시선과 낙관적인 태도가 간극을 좁혀가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메타포로 뒤덮인 가사에 숨어있다. 해석이 주는 즐거움과 동시에, 담백한 래핑과 탁월한 훅 메이킹, Young Soul의 로파이 비트는 묘한 쾌감을 제공한다. 힙합 팬이라면 올 상반기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

너의 손

어떤 노래는 "기운"이 서려 있다. 특히 백현진의 노래가 그랬다. 그의 작업들은 완벽한 짜임이나 촘촘한 패턴 보다는 직관으로 빚어졌다. 이런 작품에서는 범상치 않은 "초월"의 느낌, "자유"의 맛이 났다.

하지만 [너의 손]은 그동안 독집과는 행보를 달리 한다. 음악의 뼈대는 여전히 백현진이 만들지만 오랜 음악동료인 방준석이 이를 매끈하게 갈고 다듬는다. 일곱 가지가 넘는 악기들도 더해졌다. 함께한 이들이 김오키, 서영도, 신석철, 윤석철, 림지훈 같은 재즈 뮤지션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큰 변화는 "나"와 "나의 삶"에서 "너" 혹은 "우리"를 향해 노래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독백"이 아닌 "방백"이 가진 힘이다.

12

오랜 기다림 끝에 발매된 빈지노의 정규 1집 앨범. "시간탐험여행"이라는 소재로 그의 삶에 대한 회고와 관념을 오롯이 콘셉트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프로듀서인 PEEJAY의 개성이 화자의 메시지와 결합하여 몰입을 더욱 강화한다.

그의 독보적인 플로우와 더불어 이른 바 "쩌는 훅"은 경지에 도달해 견줄 이가 없다. 첫 번째 트랙 'Time Travel'에서부터 마지막 트랙인 'We Are Going To'까지 한 바퀴를 돌아오면 그의 전언이 가슴 속에 새겨진다.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을 깨부수는 개인 혁명.

Press It - The 1st Album

늘 막내일 것 같은 태민도 어느새 20대 중반에 놓여있다. 그 때 그 소년이 야누스 가면을 쓴 채 이별의 아픔을 앓는 순애보가 되기도 하고 'Press Your Number'에서는 순진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가로채기도 한다.

빈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정제된 구성, 보다 높은 완성도를 목표를 한 듯한 SM과 그 힘을 받아들인 소년이 "아이돌의 완성형"을 향해 달려간다. 이러한 앨범의 성격은 태민의 멋진 댄스와 결합하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아가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전작의 장점들만 모았다. "웃픈" 유머 감각, 매끈한 편곡, 록킹한 사운드 디자인이 "확장판"으로 패치 되어 돌아왔다. 팀의 뿌리로 언급되는 밴드 산울림과 The Beatles, 포크 전설 송창식의 향취가 여전한 가운데, 펑크(funk)의 기조가 두드러져 생기를 더한다.

보컬의 시그니처인 독특한 억양 때문에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팝적인 멜로디가 커버하게 하여 음악을 깔끔하게 다듬고, 접근성을 높였다. 현실과 키치를 버무린 연애 담론. 경쾌하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