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일렉트로닉 팝과 화려한 안무로 세계를 사로잡는 Perfume

비하인드 컷

세련된 일렉트로닉 팝과 화려한 안무로 세계를 사로잡는 Perfume

2016.04.11

Perfume은 현재 J-POP 걸그룹 시장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개성과 이미지를 확보한 그룹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아이돌"로서의 대중과의 친밀성도 존재하지만, 세련된 일렉트로닉 팝/신스 팝 사운드를 통해 마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전반기에 다수 등장했던 "아티스트 지향형 걸 그룹"의 이미지로도 꾸준히 선두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의 액터즈 스쿨에서 만난 세 명의 중학생 소녀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이 그룹은 13년째 그들의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는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와의 만남으로 미래 지향형 테크노/일렉트로닉 팝의 전도사가 되었다. 이런 지향점은 이들을 일반 아이돌계 걸 그룹들의 전형에서 확실히 벗어나 "음악과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그 자체"를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존재로 성장하게 했다.

특히 그들의 무대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디지털-레이저 효과들과 데뷔 시절부터 그들의 안무를 담당해온 미즈노 미키코(水野 幹子)가 구상하는 상체와 팔, 손 중심의 절도 있는 안무는 Perfume의 음악에 항상 힘찬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의 음악들은 한정된 J-POP 팬들과 일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국적 클럽지향형 사운드"로 해외에서도 평가받고 있으며, 본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넘어 이제는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에까지 자신들의 음악을 추종하는 폭넓은 팬들을 심어놓고 있다.

글 | 김성환 (Music Journalist/"한 권으로 보는 J-Pop 연대기" 저자)

Cosmic Explorer

2015년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향기나는 그녀들 퍼퓸의 6번째 정규 앨범. 일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Chihayafuru"의 테마송 'FLASH', 데뷔 15주년 기념 첫번째 다큐멘터리 필름 "WE ARE Perfume-WORLD TOUR 3rd DOCUMENT" 테마송 'STAR TRAIN', 신비롭고 동양적인 느낌이 가득한 싱글 'CLING CLING (Album-mix)', 'PICK ME UP', 'SWEET REFRAIN' 등 히트 싱글 7곡 포함 총 14곡 수록.

전작을 기점으로 거의 3년 만인 지난 4월 6일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동시 공개된 새 정규앨범인 [Cosmic Explorer]는 Perfume의 세 멤버들과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에겐 분명 기존의 앨범보다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근래의 Perfume의 음악들이) 라이브나 광고음악, 연출을 위한 음악이라는 느낌이 잠시 지속되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음악 그 자체를 목표로 음악을 만드는, "Perfume의 음악 되찾기"에 그 목표를 두었다."는 나카타 야스타카의 제작 후기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신작에서는 앨범 전체의 사운드 컨셉의 조화에 더욱 신경을 쓰며 작업이 이뤄졌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앨범의 전반부는 그간 이들이 발표했던 앨범들과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과거의 정규 앨범들이 모두 앨범의 인트로 연주곡에 이어서 이미 차트를 통해 히트를 검증받은 경쾌하거나 빠른 템포의 선행 싱글들의 리믹스 버전을 배치하여 팬들과 리스너들에게 "친숙함"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면, 이번에는 기존의 싱글 발표곡들을 모두 후반부로 몰아버리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대신 앨범의 제목("우주의 탐험가")처럼 미지의 은하계를 향해 떠나는 듯한 장면을 떠올릴 법한 장대한 SF 영화의 OST같은 웅장한 기운을 전혀 빠르지 않은 레트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통해 들려주는 인트로 'Navigate'과 타이틀 트랙 'Cosmic Explorer'가 도입부를 장악한다. Perfume의 새 여정에 대한 응원가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 곡은 중반부의 격정적 신시사이저 솔로 연주와 멤버들의 보컬을 오버더빙해 합창 코러스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두 곡 이후 해외의 EDM 트렌드에도 나름 민감하게 잘 반응한 곡 구성을 펼쳐가는 'Miracle Worker', 이들의 그간의 음악 속에서 종종 흐르던 강한 일렉트로닉 펑키 리듬을 십분 활용한 경쾌한 댄스 팝 트랙 'Next Stage With You'로 Perfume과의 우주 비행의 긴장감이 조금 완화되고 나면,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트랙이자 역대 Perfume의 음악들 속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무거운 전자음으로 가득한 'Story'가 다시 한 번 듣는 이를 놀라게 한다.

Perfume의 노래들을 아직도 아이돌 팝 정도로 생각하는 일렉트로닉 매니아가 있다면 꼭 들어봤으면 하는 곡이기도 하다. 일본의 전통 카드를 활용한 스포츠인 "경기 카루타"를 소재로 한 스에츠구 유키의 인기 만화 "치하야후루"의 실사 영화 2부작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이번 앨범 발매 직전의 선공개 트랙이 된 'FLASH'는 동양적인 멜로디와 강한 일렉트로닉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며, 앞의 곡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면서도 자연스레 이어지는 편이다.

7번째 트랙이자 5집 활동 이후 가장 먼저 싱글 발매곡이 되었던 'Sweet Refrain'부터는 이미 앨범 발매전에 싱글로 공개된 트랙들이다. 일부 곡들은 앨범 전체의 지향에 맞춰 새롭게 리믹스 된 버전으로 실려있다. 화장품 CF로 타이업 되었던 곡인 'TOKIMEKI LIGHTS'가 그간 Perfume이 꾸준히 들려준 바 있는 밝고 부드러운 미디움 템포의 댄스 팝 넘버의 계승이라면, 이 곡이 실렸던 싱글의 타이틀곡이자 2015년 10월에 개봉된 그들의 투어 다큐멘터리 "WE ARE Perfume -WORLD TOUR 3rd DOCUMENT"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STAR TRAIN'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면서도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제3세계 타악기 비트의 느낌을 주조해내는 나카타 야스타카의 센스가 빛난다.

더블 A사이드 싱글의 두 트랙이었던 'Relax In The City'와 'Pick Me Up'은 앨범의 후반부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트랙들이다. 전자는 부드럽고 섬세한 사운드 편곡으로, 후자는 기존 Perfume의 팬들이 가장 사랑할 만한 클럽 지향적인 화려함을 보여주는 편곡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싱글 버전보다는 조금 무겁게 리믹스가 된 'Cling Cling'은 오리지널 버전의 컨셉을 보여준 복장과 뮤비로도 발표 당시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사운드 역시 동양적 분위기를 강조한 멜로디 라인이 활용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가사의 단어/글자들을 적어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화제를 낳았던 마지막 트랙 'Hold Your Hand'는 NHK 드라마 "사일런트 푸어"의 주제가로도 사용된 곡으로, 역시 편안하고 섬세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이다.

[Cosmic Explorer]는 이미 현지에서 발매 첫 날에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60,858장)를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그리고 5월부터는 "Perfume 6th Tour 2016 [COSMIC EXPLORER]"라는 타이틀 아래 일본 7개 도시, 미국 5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를 9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Perfume은 지난 3년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2013년에 앨범 [Level 3]를 발매한 이후 아야카 니시와키 (Ayaka Nishiwaki, 아-짱), 아야노 오오모토 (Ayano Omoto, 놋치), 유카 카시노 (Yuka Kashino, 카시유카)는 활발한 투어활동을 펼쳤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투어를 가졌고, 2015년 3월 성황리에 펼쳐진 SXSW 뮤직 컨퍼런스&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을 포함해 마침내 미국에서도 첫 공연들을 가졌다. 그 후 일본에서 공연을 통해 Perfume의 15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그들의 음악적인 성장 뿐 아니라, 전세계의 새로운 관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놋치) 'Cosmic Explorer'가 가장 마지막으로 녹음한 곡이다. 녹음을 마치고 앨범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할 때 나카타 프로듀서가 "Cosmic Explorer"가 어떠냐고 제안했고, 멤버들 모두 좋다고 생각해서 동의했다. .

카시유카) 직역하면 "우주를 탐험하는 사람"이지만, 이 단어가 우리의 커리어 전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Perfume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놋치) 'Pick Me Up'. 따라부르기 아주 쉽고 특히 "Pick Me Up"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또 이 곡은 안무가 아주 잘 어우러지면서 Perfume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카시유카) 'Story'를 꼽겠다. Perfume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년 SXSW 공연에서 첫 곡으로 들려준 곡이기도 한데, 첨단 기술을 활용한 퍼포먼스와 곡의 사운드가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가사는 많지 않지만, 많지 않은 그 가사들이 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짱) 아, 정말 어렵다. 'Cosmic Explorer'로 하겠다. Perfume의 앞으로의 모습을 나타내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이 곡의 녹음을 마쳤을 때, 이 곡에 대한 프로듀서의 열정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카시유카) 'Flash'가 가장 힘들었다. 모든 단어를 뚝뚝 끊어서 불러야 했는데 멜로디를 맞추기 위해 두 단어를 동시에 불러야 하기도 했다.

아-짱) 'Cosmic Explorer', 부드럽게 시작해서 점점 고조되어 끝에는 마치 손을 크게 흔들며 부르는 것처럼 크고 거칠게 끝난다.

놋치) 화음을 넣을 때, 나카타 프로듀서가 화음을 들려주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맞춰 불러야 했다. 하나를 하면 또 다른 부분을 들려주는데 그걸 또 외워야하는 식으로 계속 녹음을 진행했다. 'Hold Your Hand'라는 곡을 녹음할 때 특히 심했다.

놋치) 공연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이 들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되 그것을 통해서 인간의 따뜻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메시지들을 트위터에 올려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공연 의상에도 그런 점들을 표현했었다. 하이-테크이면서 아주 인간적인 면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것이 우리가 계속 추구하는 점이다.

놋치) 1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Star Train'이란 기념곡을 작년에 녹음했다. 그 곡은 지난 15년을 기념하는 노래임과 동시에, 앞으로 더 나아가라고 저희의 등을 밀어주는 것 같은 곡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 앞에 어떤 정해진 길도 없다면, 이 곡과 함께 우주로 나아 갈 것이다. 지난 15년은 큰 도약의 해였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하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드리고 싶다.

앞서 언급했던 2011년 아시아 송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12년 10월의 첫 단독 내한공연, 2013년의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에서의 무대, 그리고 2014년에 개최된 "Perfume FES!! 2014" 한국 공연까지 그들은 작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해마다 한국 팬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한국어 홍보 코멘트 영상이나 사진들을 통해 한국에서 Perfume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소통해왔다. '뮤직 저팬'을 진행했던 덕분에 출연했던 K-POP 걸그룹 멤버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들이 보였던 것은 그들의 한국 내의 인기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신보 발매를 기념하여 국내 배급사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에서는 특별히 4월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 핫트랙스 매장 내에 Perfume과 관련된 특별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Perfume의 자필 사인과 메이저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팸플릿, 전작 [Level 3]의 LP버전, 그들이 표지로 나온 음악 잡지들, 음반 홍보 포스터, "Perfume FES!! 2014" 투어에서 입었던 무대 의상, 일본 유명 백화점 "이세탄"과 제휴로 Perfume 멤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댄스용 하이힐까지 다양한 Perfume 관련 아이템들이 전시되고 있다. 첫 날이었음에도 이미 Perfume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쓴 메시지들이 메시지 보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결성 17년차인 동시에 메이저 데뷔 11년을 맞은 Perfume은 10여년을 한결같이 꾸준한 성장과 확고한 자신들만의 음악과 그 외적 이미지 구축으로 J-POP 신을 넘어서 국제적 팝 아티스트로 성장해왔다. 부디 이번 활동 기간에도 한국에서 그들의 콘서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앞으로도 메이저 데뷔 20주년, 그 이후까지도 세 멤버와 나카타 야스타카가 펼치는 일렉트로닉 팝의 세계가 멋지게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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