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클래쉬크]

장르 인사이드

다양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클래쉬크]

2015.12.08

"세헤라자데(Scheherazade)"는 러시아 5인조 중 한 명으로, 천재적인 관현악곡 작곡가였던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가 1888년 완성한 곡입니다. 연주가 까다로워 연주자들이 기피하는 곡이라지만, 찬란한 관현악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명곡으로 손꼽힙니다.

한편으로 "세헤라자데"는 발레극을 일컫기도 합니다. 1909년 프랑스에서 러시아 발레단 "발레뤼스"를 창단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가 1910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발레단의 첫 데뷔작이었습니다. 이후 이 곡은 더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여기 소개한 음반은 영국의 토마스 비첨(Thomas Beecham) 경이 그가 창단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1957년 녹음입니다. 비첨 경은 영국인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최초의 지휘자였죠. 파리에서 성공 이후 2년 뒤,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세헤라자데"가 발레극으로 올려졌을 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33세의 젊은 거장이었습니다.

이후 "세헤라자데"는 그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죠. 게다가 이 녹음은 EMI가 발매한 최초의 스테레오 레코딩 앨범 중 하나로 1958년 발매된 이후, 카탈로그에서 사라진 적이 없는 EMI를 상징하는 명반으로 꼽힙니다.

관현악 모음곡 "세헤라자데"는 모두 4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곡 '바다와 신밧드의 모험(The Sea and Sinbad's Ship)', 2곡 '카렌더 왕자의 이야기(The Kalendar Prince)', 3곡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The Young Prince and The Young Princess)', 4곡 '바그다드의 축제, 바다, 청동 기마병으로 가득한 절벽에 부딪친 배(Festival at Baghdad. The Sea. The Ship Breaks against a Cliff Surmounted by a Bronze Horseman)'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곡들이 특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발레극 "세헤라자데"는 이 중에서 3곡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음악들로만 이루어집니다.

이 곡은 "빙판 위의 요정" 김연아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우승할 때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이기도 했고,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잔인한 왕의 얼음장 같은 마음을 녹인 지혜로운 여인 세헤라자데를 상징하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이 곡이 성공하게 된 배경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러시아의 작곡가와 프랑스의 발레, 영국의 지휘자와 중동의 이야기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소들이 두루두루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양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현실은 이러한 "다양함"과 "다름"이 오히려 "다툼"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매년 그랬다지만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네요. 지난 여름엔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가 한바탕 우리를 공포로 몰아 넣더니, 지난 달엔 파리에서 IS의 끔찍한 연쇄 테러로 지구촌을 아픔과 분노로 얼룩지게 했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해결하기 결코 쉽진 않겠지만, 이젠 중동의 평화 없이는 세계의 평화가 정착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중동의 탓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제 곧 맞이할 2016년 새해에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 자비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를, 그래서 좀 더 평화로운 지구촌에서 종교와 인종을 떠나 누구나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평화의 문"을 열 수 있는 가장 영험한 주문을 한번 외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도 따라 하시죠. "열려라 참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