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하프의 과거와 현재, 브랜디 영거의 [Brand New Life]

장르 인사이드

재즈 하프의 과거와 현재, 브랜디 영거의 [Brand New Life]

2023.06.07
Special

재즈 하프의 과거와 현재, 브랜디 영거의 [Brand New Life]

'재즈'라고 할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몇몇 악기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색소폰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요. 빅밴드 재즈의 상징인 트럼펫과 트롬본도 있죠. 손가락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는 피치카토 주법이 매력적인 콘트라베이스도 있네요. 아! 물론 멋들어진 연주가 가능한 피아노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겠죠.

그런데 재즈 하프라는 것,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네, 우리가 생각하는 그 하프 맞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아름답고도 몽환적인 소리를 내는 바로 그 악기죠. 사실 하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법한 생김새와 우아한 음색 때문에 클래식 악기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하프는 재즈 장르에서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가진 악기이기도 합니다.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이미 재즈의 일부로서 활용되기 시작했고, 전설적인 뮤지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부인이었던 앨리스 콜트레인(Alice Coltrane), 재즈 하프의 가장 뛰어난 존재로 평가를 받았던 도로시 애쉬비(Dorothy Ashby) 등의 훌륭한 재즈 하프 연주자들도 등장했죠.

1983년생인 브랜디 영거(Brandee Younger)는 오늘날 재즈 하프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대 때부터 하프를 배운 영거는 전통적인 클래식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다양한 재즈 아티스트와의 작업도 이어 나가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죠. 지난 2011년 데뷔 앨범 [Prelude]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때로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세션으로서, 때로는 솔리스트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2021년에 발매된 앨범 [Somewhere Different] 여섯 번째 트랙 'Beautiful is Black'을 통해 2022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기악 작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입증했죠. 이 곡은 느리고 감성적인 연주 속에 소위 '블랙 컬처'로 대변할 수 있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또한 하프가 지닌 특유의 음색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곡이죠.

최근 브랜디 영거는 새 앨범 [Brand New Life]를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은 영거의 개인적 영감이 담긴 작업물임과 동시에, 도로시 애쉬비라는 재즈 하프의 상징적인 존재에 대한 재조명이자 헌사이기도 합니다. 영거는 어린 시절부터 애쉬비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죠. 어쩌면 애쉬비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앨범을 녹음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거는 이 앨범에 대해 '평생의 꿈'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큰 애정을 드러냈죠.

사진=도로시 애쉬비

실제로 [Brand New Life]를 구성하고 있는 트랙의 상당 부분은 애쉬비의 음악입니다. 영거는 애쉬비의 음악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해 현대적인 사운드로 탈바꿈시켰죠. 특히 첫 번째 트랙 'You're a Girl for One Man Only'는 역사상 최초의 녹음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죠. 또한 'Running Games''Livin' and Lovin' in My Own Way'와 같은 곡은 영거가 애쉬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브랜디 영거는 [Brand New Life] 앨범을 통해 세대의 연결, 그리고 장르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재즈 하프의 선구자와도 같은 애쉬비의 음악을 현대의 청중들에게 소개하며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죠. 또한 클래식과 펑크, R&B, 심지어 동양음악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영향을 받은 다양한 음악을 통해 복잡하고 다변화된 21세기의 아티스트다운 면모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Album

Brandee Younger [Brand New Life]

Brand New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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