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말러를 좋아할지도 몰라! - 구스타프 말러 음악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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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말러를 좋아할지도 몰라! - 구스타프 말러 음악 안내서

2023.04.11
Special

오늘부터 말러를 좋아할지도 몰라

클래식 음악을 조금 듣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름들이 몇 있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같은 작곡가들이 떠오르는군요.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게 되는 체험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클래식 청취 경험을 쌓아 나가게 됩니다. 아,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1860년, 지금의 체코 땅에서 태어난 변방의 유대인 말러는 그의 음악으로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 싶었던 삶의 철학은 그의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타오르는 듯한 감정이 강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폭발하는 듯한 교향곡을 말러는 여러 곡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말러의 작품은 다른 예술계 종사자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특히 영화인들에게요.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작품인 '타르'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했던 주인공 리디아 타르 또한, 그 어떤 작곡가보다 말러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기를 바라죠.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지휘하는 타르의 모습은 (좋은 의미에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말러의 '아다지에토'는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점에 사용되었습니다. 문장으로는 쉽게 옮기기 힘든 사건은 음악은 설명할 수 있다는 듯이 말러의 작품은 영화 속에서 연주됩니다.

대책 없는 말러 신봉자들

곡리스트 8

물론 영화인들만 말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가들에게도 구스타프 말러는 슈퍼스타입니다. 실제로 유명 지휘자들 중에서도 말러의 교향곡에 미쳐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러를 파고드는 음악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선두 주자로는 역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말러의 지인이었던 지휘자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이후 말러 보급(?)에 가장 힘썼던 이 미국의 음악가는, 말러라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1960년대부터 전집을 기획할 정도로 이 작곡가에 진심이었습니다. 압도적인 규모의 [교향곡 8번] '천인'을 지휘하는 번스타인의 에너지는 그야말로 하늘에 닿을 듯 강렬합니다.

번스타인 이후 등장했던 최고의 말러 애호가라 한다면, 역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력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아바도는 꾸준히 말러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말러와 함께 꾸려 나갔습니다. 그나저나 이들 음악가에게 말러는 대체 어떤 매력을 보여주는 걸까요? 그 답변으로 오늘은 작곡가의 유작인 [교향곡 10번]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휘해내는 아바도의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몇몇 음악가에게 말러는 음악 이상, 인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말러 vs 브루크너

말러를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음악가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작곡가 브루크너(Anton Bruckner)입니다. 교향악 업계에서 브루크너는 말러의 교향곡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 음악가의 교향곡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대규모 편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과, 곡의 길이가 무지막지하게 길다는 점이 특히 그렇죠. 그러나 다른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작품을 전개하는 방법과, 특유의 정서입니다. 말러는 에너지를 모아 감정적인 폭발을 자주 만들어내는 한편, 브루크너는 주제를 끈질기게 유지, 발전시키는 능력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여기 준비한 말러 [교향곡 5번]의 1악장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 1악장을 비교 감상해보시면 이 두 음악가의 차이를 보다 정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감정의 기복이 짜릿하게 다가오는 말러, 오케스트라의 압도적인 음향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시원한 브루크너. 여러분의 선택은 어느 쪽이신가요?

아무래도 클래식이다 보니, 또 아무래도 교향곡이다 보니 말러의 교향곡은 입문하기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게다가 교향곡의 수도 총 열 곡에 이를 정도니 선택이 쉽지 않죠.

그래서 오늘은 딱 세 가지 숫자만 준비했습니다. 말러 입문에 최적인 [교향곡 1번] '거인',

마지막 악장의 합창이 압도적인 [교향곡 2번] '부활',

그리고 말러 교향곡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교향곡 5번]이 오늘 준비한 작품들입니다. 위에 소개한 이들 작품이 마음에 드신다면 그 뒤로는 아무 숫자나 집어서 교향곡을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쯤 되면 여러분도 대책 없는 말러 애호가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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