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 [FACE]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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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FACE]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2023.03.27
Special

지민의 자아 찾기, [FACE]

팬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지민의 앨범이 공개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스밍하고 계신
아미 분들이 상당할 것으로 아는데요.

오늘은 [FACE]를 깊게 살펴보며,
지민이 앨범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던 게 무엇이었을지,
추측하고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앨범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잘 따라오세요!

Album

지민 [FACE]

'Set Me Free Pt.2'

'FACE'는 얼굴이라는 뜻도 있지만,
'마주하다'라는 동사의 의미도 있습니다.

선공개곡이었던 'Set Me Free Pt.2'를 통해 보건대,
앨범 준비기간 동안 지민이 마주했던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뮤직비디오를 함께 볼까요?

곡의 뮤직비디오 중간을 보면,
지민이 상반신에 레터링 타투를
새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독일이 자랑하는 시인, 릴케의
'나는 넓어지는 원 안에서 살아가네'
라는 시의 독일어 원문입니다.

지민의 몸에 새겨진 타투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점점 넓어지는 원 안에서 살아가네
그 원은 온 땅 온 하늘로 퍼져 나가서
내가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하지만 이 시는 두 번째 문단도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신(神) 주위를, 태고의 탑 둘레를 빙빙 도네
지금까지 수 없는 시간 동안 돌았네
내가 한 마리 매인지, 폭풍우인지,
아니면 대단한 노래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하네


릴케는 이 시에서
삶을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그를 '원을 점점 넓게 그리며
살아가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진짜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놓죠.

이번 [FACE] 앨범 커버와
프로모션 이미지들에 있는 원들 역시
모두 원이 커지는 형상, 또는
원이 중첩되며 연속되는 형상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 시각화 또한
이 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형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앨범 안에서도 이를 표현하는
서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해보면
이번 [FACE]는 지민의
'자아 탐구 과정'이라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시에 대해서는
'노래 주제와 비슷한 내용의 시'라고
지민이 직접 밝히기도 했으니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Like Crazy'

지민은 'Like Crazy'를
동명의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는 젊은 연인이 불 같이 사랑하다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장거리연애에 돌입,
결국 이별하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노래 가사를 1차적으로 보면,
영화 속 연인이
'함께 있다가 떠나기 전날 밤'
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팬데믹 상황에서
아미들을 만날 수 없던
(=장거리 연애를 하던)
지민으로 해석해본다면,
어딘가 슬프게 들리는 이 곡에도
팬 사랑이 담겼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앨범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지민이 느꼈던 개인적인 고민들까지도
가사 안에 복합적으로 녹여냈다고 본다면
더욱 타당한 해석이 될 것 같고요.

'Like Crazy' → 'Set Me Free Pt.2'

가장 중요한 것은, 앨범의 내러티브 안에서
이것이 변화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Like Crazy'에서 지민이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뒤의 'Set Me Free Pt.2'에서는
미치지 않기 위해 미치려는
지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Like Crazy'와 'Alone'에서 감지됐던
순응과 놓아버림, 방황의 정서는
'Set Me Free Pt.2'에서
독기와 열망, 의지로 변환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태도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아파도 숨지 않고',
'비웃어도 멈추지 않으며' 말이죠.

결국, [FACE]의 핵심은 지민이 보여주는
극복과 성장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상어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물속에서 가라앉지 않으려면
계속 헤엄을 쳐야 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Set Me Free Pt.2'의
'미치지 않기 위해 미치려는 것'
이라는 가사를 보고
이 상어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시다시피 방탄소년단은 지난 해,
'찐 방탄회식' 영상을 공개하며
팬데믹을 지나오는 활동 중 힘들었던 점과
팀 활동 중단의 배경 등을
내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FACE]가 주는 메시지를 대입해보면,
'이제는 그런 고민의 시간을 뒤로 하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또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게 어떻든(!) 이 악물고 다시 나아가겠다'

는 지민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까요?
[FACE]는 그런 앨범입니다.

쉴 시간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는 삶.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슈퍼스타의 삶이기에,
우리가 그의 상황과 고민을
100%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자신이 일일이 말해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얘기하지 못할
어려움 또한 많을 것이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지민은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가진 후
결국 음악 안에서 답을 찾고,
심기일전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힘든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온 그를 위해,
더 많은 아미들의 함성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요?

(+α) 'Set Me Free'는 왜 Pt.2였을까?

(결론은 나왔지만, 플러스 알파입니다.)

지민이 이번 앨범 공개에 앞서 공개한
'Set Me Free Pt.2'는
그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렀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단체곡, 혹은 지민의 곡 중에는
'Set Me Free'라는 제목을 가진 다른 곡이
없기 때문입니다.

답은 SUGA의 솔로 활동명,
Agust D의 이름으로 공개했던
'Set Me Free'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SUGA의 앞선 동명곡이 있었기에,
지민의 버전은 Pt.2로 쓸 수 있던 것이죠.

슈가의 'Set Me Free'가 내밀하게
속마음을 터놓는 듯한 정적인 곡이라면,
지민의 'Set Me Free'는 그의 의지가 담긴
에너제틱한 곡입니다.

같은 제목을 다른 곡에서 차용하고
스토리를 확장한 SUGA와 지민.
솔로로 활동하고 있지만,
각자의 노래들은 이렇게 관계성을 맺으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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