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셰익스피어의 사랑에 빠진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모두가 셰익스피어의 사랑에 빠진다. 열정을 잃은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와 그의 뮤즈가 된 여인 비올라, 이들이 무대에서 써 내려가는 가슴 설레는 러브레터를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지금 낭만과 유머가 가득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빠져들 준비 되셨나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제71회 아카데미 7개 부문 및 골든글로브 세 부문,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네 부문을 수상한 원작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무대극으로 재탄생한 연극인데요. '빌리 엘리어트', '네트워크', '로켓맨' 등을 집필한 영국의 작가 리 홀에 의해 쓰여졌답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작중 배경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대입니다. 따라서 실제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당시의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이 흥미로운 캐릭터로 등장하죠.

연극에서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고 무대를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표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극중극 구조로 인해서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로미오와 줄리엣', '베로나의 두 신사', '십이야'가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가장 독특한 매력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문학과 연극을 사랑하는 소녀 비올라의 로맨스를 필두로, 여성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시대 배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생명력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탄탄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배우는 연기자로서 연극의 핵심이 되고 연극이 '살아 있는 예술'임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우가 연기하는 극 중 인물의 말을 통해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예상해 볼 수도 있는데요. 즉, 인물이 던지는 대사는 인물의 성격을 예측해볼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대인의 필수 성향 테스트인 MBTI까지 가늠해볼 수 있지요. 과연 배우들이 표현하는 캐릭터들은 어떤 성격을 가졌을지 MBTI를 통해 예측해볼까요?

'나 그대의 아름다움에 말을 잃었어요.', '나 그대를 여름날 오후에 비유할까요?'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배우님이 연기하는 윌 셰익스피어는 18세의 나이로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인물입니다. 그는 사랑과 재능을 갈구하는 열정적인 극작가이자 배우이며 비올라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저는 그저 여러분들처럼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나는 불멸이 되었구나!'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 배우님이 연기하는 비올라 드 레셉스는 상인 계급을 벗어나기 위해 귀족인 웨섹스 경과 정략결혼을 합니다. 또한 시와 연극을 사랑하며 셰익스피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당대 사회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노력과 열정이 가득한 여성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마음속에 남은 비올라의 당찬 모습은 '십이야'의 주인공 비올라로 이어집니다.

'윌, 너는 최고의 극작가가 될 거야.'

박정원 배우님이 캐스팅 된 키트 말로우는 셰익스피어에게는 라이벌이자 조언자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하지요. 극 중 셰익스피어가 완성하게 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인물이랍니다.

'이 약은… 언급만 해도,'

송영규, 임철형 배우님이 열연하시는 페니맨은 악덕 고리대금 업자인데요. 극 초반 페니맨이 헨슬로를 위협하는 장면은 '베니스의 연인'에서 따온 장면입니다. 고리대금 업자였던 페니맨도 결국 연극의 매력을 느끼고 셰익스피어의 빛나는 재능에 반해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지요.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약제사 역을 맡아 연기를 하게 되어 설레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비로운 일이지.'

오용 배우님이 캐스팅된 헨슬로 역은 로즈 극장을 설립한 인물이지만 빚에 쪼들리며 전전긍긍하는 제작자로 등장합니다. 때론 대책 없어 보이고 사업 감각도 없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는 뜨거운 순박한 인물이죠. 셰익스피어가 극장주 헨슬로의 추궁에 딴청을 부리는 대사는 '햄릿'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녀는 내 재산이야.'

이호영, 김도빈 배우님이 연기하는 웨섹스 경은 가난한 귀족으로 부유한 상인의 딸인 비올라와 정략결혼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 합니다. 웨섹스 경이 비올라의 아버지와 결혼의 대가를 흥정하는 장면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따온 장면인데요. 비올라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이는 사실 소유욕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
그대는 더 사랑스럽고 더 따스합니다.'

윌 셰익스피어는 첫눈에 반한 그날, 친구 말로우의 도움을 받아 즉흥으로 소네트를 지어 비올라에게 마음을 전하는데요. 비올라와의 만남 이후 윌은 집필 중이었던 연극의 제목 '로미오와 에델, 해적의 딸'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수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위 장면을 더욱 돋보이게 하지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과 극의 상징적인 장면인 발코니 씬이 단번에 떠올라 명장면으로 뽑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첫 만남이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했듯, 그들의 미래도 그와 비슷할 것이란 예측도 할 수 있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윌과 비올라의 사랑 이야기지만 동시에 꿈을 좇는 자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배우이자 뮤즈인 비올라의 사랑을 통해 위대한 셰익스피어가 되어가는 윌, 당시 여성에게 금지된 직업인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성으로 위장한 비올라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배우가 되는 꿈이라면 평생 잠만 잘 텐데!'

위처럼 말한 비올라가 그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관객석에서 지켜본다면 여러분들도 그녀의 열정을 저절로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 윌과 비올라 외에도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은 로즈 극장주 헨슬로에게서 빚을 받아내기 위해 연극의 제작에 참여했지만, 배우의 꿈을 갖게 되었지요. 이 외에 술집 웨이터, 말 더듬이까지 연극에 참여하는 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심 어린 열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드러납니다.

이들의 연습 과정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 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환상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무대 위 모습들을 보며 '나도 꿈을 향해 이들처럼 무언가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나?'를 비롯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맨스 서사 외에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서사까지 동시에 담은 것이 인상 깊습니다.'

마침내 '로미오와 줄리엣'이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오르는 날, 비올라는 약혼자 웨섹스 경과의 결혼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무대 끝에서 등장하는 윌과 비올라 둘의 결혼식인 듯 연출하지만, 비올라가 서 있는 무대가 상승하며 비올라와 웨섹스의 결혼식과 극중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 장면을 연기하는 윌을 동시에 연출합니다.

이처럼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승강무대의 이점을 활용해 연극과 현실이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주어 비극적인 서사를 극대화합니다.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비극적 장면을 이중적으로 구성한 무대 연출이 멋있었어요.

여성인 사실을 들킨 비올라로 인해 로즈 극장은 폐쇄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윌과 비올라가 무대 위 로미오와 줄리엣을 직접 연기하게 됩니다. 앞선 결혼식 장면에서 그들의 연극과 현실이 분리되는 느낌을 선사했다면, 이 장면에선 그들이 무대 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중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아는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지막 안녕을 고하는 연기와 무대 연출이 인상 깊었습니다.

셰익스피어와 비올라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