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곡을 넘어선 예술, 피아노 에튀드(étude)의 세계

장르 인사이드

연습곡을 넘어선 예술, 피아노 에튀드(étude)의 세계

2022.07.05
Special

연습곡을 넘어선 예술, 피아노 에튀드의 세계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연습곡' 혹은 '에튀드'(étude)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양한 연주자들, 특히 피아니스트들이 이런 제목의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있죠. 에튀드는 제목 그대로 연습을 위한 곡입니다. 악기를 연주하기 위한 다양한 테크닉과 표현력 등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작곡되었죠.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체르니 100번, 체르니 40번 같은 교본도 모두 에튀드의 일종입니다. 우리가 체르니를 치면 뒤뚱거리고 절뚝거리는 느낌이지만, 전문 연주자가 치는 체르니는 연습용이라는 목적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버리죠. 바로 이런 느낌으로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에튀드는 본래의 목적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작곡가들이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집어넣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오늘날에는 다양한 에튀드가 연습 목적뿐만 아니라 연주용 음악으로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죠.

가장 먼저 언급할 사례로는 쇼팽의 에튀드가 있습니다. 쇼팽은 두 개의 [12개의 연습곡]을 남겼는데요. 이 속에는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전문 연주자가 되고 난 후에도 자주 연주하는 연주용 레퍼토리도 수없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이 지닌 예술성 또한 탁월하죠.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혁명', '추격', '흑건', '겨울바람'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 음악입니다.

곡리스트 24

리스트도 연습곡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작곡가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으로 인해 관심이 집중된 [초절기교 연습곡]을 포함해, 꽤 많은 양의 피아노 연습곡을 남겼죠. 특히 [초절기교 연습곡]은 초월적으로 어렵다는 의미의 '초절'(超絶)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극악무도한 난이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이 작품의 전곡을 선보였는데, 콩쿠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시도였죠. 12개의 곡이 모두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이지만, 독립적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마제파'가 특히 유명합니다.

한편, 슈만[심포닉 에튀드]라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교향적 연습곡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곡은, 보다 더 다양한 요소를 녹여내고 있죠. 주제 선율의 활용을 통해 일반적인 에튀드에 변주곡적인 성격을 더했고, '심포닉'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피아노를 통해 관현악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세기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절정을 향해가던 시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1915년에 작곡된 드뷔시의 에튀드는 다양한 테크닉 연습을 추구한 과거의 전통적 구조와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20세기적인 감각을 더해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연주자의 비르투오시티, 즉 혀를 내두를 정도의 탁월한 기교를 보여줄 목적이 강하다면, 드뷔시의 에튀드는 그러한 피아노 학습자를 위한 연습의 목적과 전문 연주자의 연주 목적 사이의 가장 적절한 밸런스를 찾으려 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이후에도 선배 작곡가들의 전통과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에튀드는 계속 작곡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Yuja Wang(유자 왕)이 즐겨 연주하는 Gyorgy Ligeti(죄르지 리게티)의 에튀드, 미니멀리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Philip Glass(필립 글래스)의 에튀드 등은 현대적 감각의 에튀드가 어떠한 모습인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죠. 한편, 미국의 피아니스트 Earl Wild(얼 와일드)는 George Gershwin(조지 거슈윈)의 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재즈 기반의 에튀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 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새로운 에튀드인 셈이죠.

연관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