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마케팅 천재? Travis Scott의 음악 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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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마케팅 천재? Travis Scott의 음악 프로모션

2020.04.28
Special

알고 보면 마케팅 천재? Travis Scott의 음악 프로모션

트랩을 메인스트림에 안착시킨 성과를 거둔 주역 중 하나인 Travis Scott. 그는 작품마다 여러 사운드를 시도하면서 대중음악과 힙합의 트렌드를 이끌어 왔으며, 알고 보면 마케팅에도 남다른 안목을 지닌 아티스트다. 음악과 음반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Travis Scott은 이를 브랜딩하는 것에 관한 모범사례를 제시하며 음악 산업에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최근 커리어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을까?


ASTRONOMICAL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음악 업계의 마케팅 또한 변화하고 있다. 많은 아티스트들은 투어, 팬 사인회 같은 기존의 면대면 홍보 방식이 어려워지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라이브를 선보이며 본인의 음악을 홍보하고 있다.

이에 Travis Scott은 Epic Games의 슈팅 게임인 "Fortnite"와 함께 손을 잡고 "ASTRONOMICAL"이라는 이름의 게임 내 가상 콘서트 투어를 열게 되었다. "Fortnite"는 2019년 Marshmello와 협업해 게임 내 콘서트를 연 바 있으며, Major Lazer를 비롯해 iKON의 멤버 정찬우의 캐릭터 스킨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발성 공연이 아닌 투어로 진행되는 건 Travis Scott이 처음이다. Travis Scott의 공연이 "Fortnite"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게임 팬들과 음악 팬들은 SNS에서 큰 관심을 표출했다. 결과적으로 Travis Scott의 총 음원 스트리밍 횟수는 26%, 'STARGAZING' 같은 히트곡은 50%나 스트리밍 횟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23일 열린 첫 ASTRONOMICAL 콘서트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시각 효과가 인상적이었다. 총 15분 동안 진행된 가상 공연에서 그는 'SICKO MODE'를 비롯해 'goosebumps' 등 다섯 곡을 불렀다. 특히 그는 오랜 우상 Kid Cudi와 함께 한 신곡 'THE SCOTTS'를 콘서트에서 맨 처음 공개했고, 게임은 음악과 함께 행성이 부서지는 듯한 비주얼을 보태면서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Epic Games가 밝히길, 이번 ASTRONOMICAL 콘서트는 1,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았다고 한다. 더불어 Travis Scott은 피겨 등 이번 콘서트의 머천다이즈를 출시하는 건 물론, "Fortnite" 내에서도 자신의 캐릭터 스킨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관객 수를 기록하며 올해의 투어로 회자할 Travis Scott의 ASTRONOMICAL. 그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어를 통해 얼마나 큰 상업적 성과를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OUT WEST Challenge

TikTok은 이미 음악 마케팅의 중요한 핵심 어플로 자리 잡았다. Lil Nas X를 비롯해 여러 뮤지션이 어플을 통해 인기를 끌어 메인스트림 차트상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 중에는 물론, TikTok을 대놓고 노린 음악가들이 존재하지만, 사실 그런 거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좋아할 음악을 만들어 의외의 성과를 거둔 뮤지션들도 존재한다.

Travis Scott은 후자에 해당한다. 2019년 발표한 [JACKBOYS]가 그렇다. 이 앨범은 Travis Scott의 레이블 Cactus Jack Records의 컴필레이션으로, Don Toliver와 Sheck Wes를 비롯한 레이블 멤버들, 세상을 떠난 Pop Smoke, Migos 멤버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다. 총 22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아쉬웠지만, TikTok 등지에서 주목을 받던 Don Toliver의 눈부신 재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여기에다가 전반적인 음악의 퀄리티 또한 좋아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이후, 앨범의 성과는 난데없이 커졌다. 앨범의 수록곡 'OUT WEST'가 갑자기 챌린지 형태로 TikTok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12월 28일, 틱톡커 Nicole Bloomgarden은 자신의 계정에 'OUT WEST'를 배경음악으로 팔과 엉덩이를 이용한 간단한 댄스 영상을 올리면서, #outwest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이후 Ellen 쇼의 진행자 Ellen DeGeneres가 자신의 TikTok 계정에 다른 이가 #outwestchallenge 댄스를 춘 영상을 올리고 트렌딩 영상에 오르면서 많은 이들에게 챌린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Usher를 비롯한 셀럽들이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다.

2020년 2월에는 900만 개 이상의 TikTok 영상에서 'OUT WEST'의 음악이 흘러나왔으며, 2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물이 들어왔음을 직감한 Travis Scott. 그는 곡을 싱글로 발매하는 건 물론, 3월에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에는 Travis Scott과 Young Thug은 물론, 21 Savage와 Quincy Jones가 깜짝 출연해 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결국 곡은 플래티넘을 기록한 건 물론, 역주행해 빌보드 싱글 차트 38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ASTROWORLD

Travis Scott은 트랩 명반으로 손꼽히는 [Birds in the Trap Sing McKnight]을 발표했지만, 9만이 채 안 되는 유닛 판매량을 기록하며 판매량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바 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17년부터 새 앨범 [ASTROWORLD]에 대한 떡밥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후에는 나이키와 함께 Air Jordan 4을 출시, Kylie Jenner의 Snapchat을 활용해 음악을 공개하는 등 색다른 홍보 활동을 펼쳤다. 또한, 그는 앨범 CD와 동봉되는 콘서트 투어 입장권, Virgil Abloh와 함께 작업한 티셔츠와 같은 머천다이즈를 함께 판매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덕분에 앨범은 첫 주에만 50만이 넘는 앨범 유닛 판매량을 기록하였으며, 순수 앨범 판매량만 20만이 넘는 양을 기록했다. 몇몇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앨범 판매 전략을 비판하며 "음악이 아닌 머천다이즈를 판매해 올린 수익"이라며 깎아 내렸지만, 정작 이를 지적한 아티스트들 역시 콘서트 투어 티켓에 CD를 끼어 판매하는 식으로 앨범 판매량을 늘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Travis Scott은 머천다이즈에 의존한 마케팅을 펼친 게 다가 아니었다.

Travis Scott은 Whitney Houston 등 유수의 음악가들과 협업한 아티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David LaChapelle을 앨범 아트워크에 참여시켰다. 그리고 이 아트워크에 사용된 본인의 황금빛 머리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색다른 마케팅을 선보였다. 우선 그는 앨범 발매 전 머리 조각상을 고향인 휴스턴과 애틀란타, LA, 뉴욕, 파리 그리고 런던에 배치했다. 팬들은 조각상 옆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로 인해 그의 머리 조각상은 일종의 밈처럼 SNS에서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앨범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그는 앨범의 출시날짜를 발표하며 팬들에게 환호성을 받았다. 앨범이 공개되고 나서는 투어 일정과 함께 황금 머리 조각상을 활용한 Snapchat 렌즈를 같이 선보였다. 그리고 이 렌즈는 이용자가 입을 벌리면 노란 연기를 풍길 수 있게 만들었으며 직접 이를 다운받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채널에도 올릴 수 있게 했다. 더군다나 스냅챗 렌즈에 [ASTROWORLD]의 뮤직비디오 등 관련 영상을 볼 수 있게 링크를 심어 놓았다. 그리하여 Travis Scott의 스냅챗 렌즈는 2주 만에 백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렌즈를 활용한 프로모션의 성공적인 예시로 남게 되었다.

팬들이 즐기고 함께할 수 있는 앨범 마케팅, Travis Scott이 지금의 인기를 끈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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