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한 The Weeknd의 네 가지 키워드 [힙합엘이]

장르 인사이드

멜랑콜리한 The Weeknd의 네 가지 키워드 [힙합엘이]

2018.04.30
Special

멜랑콜리한 The Weeknd의 네 가지 키워드

The Weeknd가 "갑자기" 앨범을 공개했다. 트위터를 통해 짧은 언질을 주더니, 여섯 곡짜리 미니 앨범 [My Dear Melancholy,]를 공개한 것이다. 여섯 곡뿐인 앨범이지만, 이번 앨범은 수록곡의 개수 이상으로 살펴볼 거리가 많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전작 [Starboy]와 비교해 큰 변화가 있었다. [Starboy]가 화려한 팝 사운드로 무장한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The Weeknd의 초기작 [Trilogy]와 [Kiss Land]를 떠올리게 한다.어딘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앨범 전체에 감돈다. 특히 개인의 감정과 서사가 그대로 녹아 있는 가사가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지난 애인이었던 Bella Hadid에 대한 현재의 감정과, The Weeknd와 이별 후 곧바로 Justin Bieber의 품으로 돌아간 Selena Gomez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앨범보다 평범한 남자로서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담긴 앨범이다.

< Selena Gomez >

두 번의 실연은 안타깝지만, 어쨌든 이는 [My Dear Melancholy,]가 탄생하는 데 초석이 됐다. 사운드, 가사 등 앨범의 많은 요소에 그의 연애담이 녹아 있다. 이미 너무나 다양한 매체에서 이에 대해 분석을 해놓은 상태이고, The Weeknd를 사랑해 마지않는 팬들마저도 그 분석이 옳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Official MV

The Weeknd 'Call Out My Name (Lyric Ver.)'

하지만 그에 반해, 이번 앨범을 발매하면서 공개한 'Call Out My Name'의 뮤직비디오에 관한 분석은 그리 많지 않다. 가사에 그의 이야기가 직접 드러나 있다면, 뮤직비디오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의 감정과 이야기가 드러나 있다. 그렇기에 영상에 가득한 여러 상징과 은유를 찾는 것도 이번 앨범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Call Out My Nam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The Weeknd를 비춰보고자 한다.

디렉터 Grant Singer
< Grant Singer >

뮤직비디오를 세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Call Out My Name'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디렉터 Grant Singer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LA 출신의 영상 제작자로, 각종 영화와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Anonymous Content 소속이다. Grant Singer는 뮤직비디오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잘 포착하고, 이를 극대화한 비주얼로 나타낼 줄 안다.

Official MV

Lorde 'Green Light'

대표작인 Lorde의 'Green Light'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것처럼, 특별한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직 인물의 움직임과 카메라 무빙만으로 다이나믹한 효과를 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한편으로는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상에 역동성을 더해 생생한 느낌을 준다. 'Call Out My Name'도 마찬가지다. Grant Singer는 영상 전반에 걸쳐 오직 The Weeknd의 동작에 초점을 맞추고, 카메라 무빙과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변화무쌍한 배경

이번에 공개된 'Call Out My Name'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많은 사람이 난잡하고 유기적인 느낌이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뜻 보기에 신과 신 사이에 유기적인 느낌이 없고, 길거리와 황무지, 영화관 등 다양한 배경이 교차되어 등장하며 독특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경의 변화를 The Weeknd의 감정 상태와 최근 그에게 있었던 전후 사정에 빗대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사를 통해 Selena Gomez와 헤어지고 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을 만큼, 그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말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배경과 행동은 The Weeknd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배경은 모두 상징하는 바가 분명하다. 이 곡이 Selena Gomez를 향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을 때, 배경으로 등장하는 황무지를 그녀가 떠난 후 메말라 버린 마음으로, 텅 빈 길거리를 그의 외로운 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텅 빈 스크린 앞에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춤추는 모습은, 이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흰 까마귀 분장의 여자

뮤직비디오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흰 까마귀 분장을 한 여성의 존재는 앞서 말한 배경에 대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일단 그 여성이 누군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현재는 Selena Gomez를 상징한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안정해 보이는 황무지에 앉아 The Weeknd의 시선을 외면하는 장면에서 떠나간 Selena Gomez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 2017 American Music Awards 'Wolves' 캡처 >

실제로, 그녀는 "2017 American Music Awards" 무대에서 하얀색 옷을 입고 뮤직비디오 속 여성과 거의 비슷한 자세로 'Wolves'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상할 만큼 흡사한 모습이니 확실히 Selena Gomez를 떠올리는 건 무리가 아니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 흰 까마귀 분장을 한 여성은 비교적 안정되어 보이는 하얀 아파트의 발코니에 서 있는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이를 Justin Bieber의 품에서 안정을 찾은 Selena Gomez로 해석하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과 인물이 결코 이유 없이 구성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Justin Bieber와 Selena Gomez는 올해"도" 어김없이 헤어졌지만.

독특한 시간 구성

한편,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독특한 시간 변화도 눈에 띈다. 영상 초반부의 배경은 분명히 동이 트기 전 새벽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The Weeknd의 입에서 박쥐들이 나와 부서지며, 전체적인 배경이 어두운 밤중으로 바뀐다. 동트기 전 새벽에서 해는 뜨지 않고 다시 한밤중으로 돌아갔다는 것.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박쥐의 의미만 파악할 수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박쥐들을 Selena Gomez와의 이별인 동시에, 그녀가 혹은 그가 뱉은 모진 말들이었다고 생각해보면, 그녀와의 관계가 끝나는 동시에 The Weeknd의 세상이 한밤중처럼 어두워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휘몰아치는 바람과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발버둥 치듯 춤추는 모습은 처절함을 더하고, 나아가 혼란스러운 감정까지 제대로 나타낸다.

The Weeknd는 얼마 전 있었던 "2018 Coachella Festival" 공연에서도 무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무대 준비를 스케치한 다큐멘터리 "Another You"를 보면, 디자인 팀이 공연 전부터 분주하게 무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 디자인 역시 'Call Out My Name' 뮤직비디오의 분위기와 결을 같이 한다. 반쯤 기울어진 남성의 얼굴과 무언가를 떠나 보내는 듯한 손 모양은 The Weeknd의 상황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또, 무대 디자인의 얼굴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사이로 그가 나타나는 모습은, 이 조형물이 The Weeknd 자신을 상징한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이렇듯 [My Dear Melancholy,]는 음악적으로, 비주얼적으로도 그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나타낸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음악으로 승화했다니, 그 모습이 썩 인상적이다. 어쩌면 The Weeknd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유명해지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게 아닌, 내면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음악을 하는 예술가임을 증명하려 했던 건 아닐까?

연관 아티스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