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결말

석연치 않은 결말

2010.09.08 FLAC 앨범평점 4.7 평점 참여 345명

앨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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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EP
장르
인디음악, 록/메탈
발매일
2010.09.08
발매사
주식회사 블렌딩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한 그들의 마지막 쇼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석연치 않은 결말]“이제 여기까지 오른 영광만큼 초라하게 추락하는 나의 마지막 쇼 하늘만 바라보고 날아왔지만 착륙할 곳을 찾지 못했네” – 인간대포쇼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스는 1집을 발매할 때부터 “이 앨범은 내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심지어 ‘고질적 뮤지션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돈 때문에 다시 재결합하는 계획까지 포함한 은퇴의 시나리오를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시점에 이 얘기를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인디 계의 강태공으로 일컬어져 왔던 그의 명성을 감안했을 때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앞에 놓여 있는 이 음반은 그의 말이 결코 허투루 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그들의 마지막 음반인 [석연치 않은 결말]이다.사실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존재감은 인디 음악계를 비롯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나 유례없는 것이었다. 우주의 3원소를 배합하여 지어졌다는 이름이나 선글라스에 콧수염을 장착한 마초의 외모는 분명 시덥지 않은 싸구려의 느낌을 주지만 그 내용물은 의외의 진중함으로 이에 대해 반박한다. 하지만 그 진중함이 도를 넘어 신파에 도달하는 시점에 어느새 한없이 가벼운 유머로 바뀌며 스스로를 비웃는다. 시덥잖으면 한결 같이 시덥잖아야 하고 진중하면 한결 같이 진중해야 한다는, 슬프면 슬픈 것이고 웃긴 것은 웃긴 것이라는, 그래서 어느 한 쪽으로 딱 잘라 재단이 되어야 한다는 대중적인 정서에서는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는’ 존재가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첫 EP나 정규 음반은 기대 이상의 지지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은퇴 소식에 나온 몇몇의 아쉬움은 그들의 존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비록 한 줌에 불과하더라도 확실히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결말》은 그들에게 바치는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마지막 쇼이다.“신나는 모험과 짜릿한 액션의 고독한 한 남자의 대 서사시. 계속되는 모험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 마도로스 K의 모험 II1집 《고질적 신파》에 수록되어 있던 ‘마도로스 K의 모험’을 기억하는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느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였던 이 노래의 마지막은 ‘다음 이 시간에’였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결말》에 수록된 ‘마도로스 K의 모험 II’는, 그렇다, 바로 그 노래의 후속곡이다. 조까를로스에 의하면 이 음반은 1집의 확장판 격이다. 이전 음반에 수록하고 싶었으나 미처 완성되지 않았던 까닭에 수록하지 못했던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마도로스 K의 모험’에서 주인공에게 당해 바다에 빠뜨려진 남자의 복수극인 ‘마도로스 K의 모험 II’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환호에 취해 착륙할 곳을 생각하지 않고 하늘로 날아오른 한 광대의 얘기인 ‘인간 대포 쇼’는 1집에 수록되어 있던 ‘원더기예단’의 정서를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뛰뛰빵빵’은 삶의 길의 한 복판에서 정체되어 있는 누군가의 심정을 토로하며 이전 음반의 ‘미소녀 대리운전’과 연관을 맺는다. 특히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음반의 아트워크를 맡은 조작까에 의해 만들어진 음반의 표지는 정확히 이전 음반의 어떤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아마 주의 깊은 청자들이라면 이내 찾아낼 수 있을 듯.최종적으로 완성된 음반을 들으며 오랜만에 업자의 입장을 떠나 팬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붕가붕가레코드의 여덟 소속팀 중에 유독 애정이 가는 것이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이다.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소심한 듯 대범하게 무대를 종횡무진하다 종국에는 심벌 스탠드를 껴안고 혓바닥으로 핥아대는 조까를로스의 모습을 보고 ‘붕가붕가의 이데아’를 느꼈던 기억도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도 이 음반이 이들의 마지막이란 것에 한없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애초에 정해진 길이라면, 그 길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물론 기다릴 수는 있겠다. 조까를로스가 ‘고질적 뮤지션의 길’에 밝혔던, 은근슬쩍 나올 솔로 앨범을. 더불어 돈 때문에 뭉칠 재결합 공연을. 하지만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앨범으로는 확실히 마지막이다. 이제 작별 인사를. 그 동안 덕분에 즐거웠습니다.